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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공동기획
눈높이 정책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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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박연석, 이종우, 기은환, 김삼영, 문성기 씨(왼쪽부터)가 각 정당들이 내놓은 청년 취업과 대학생 주거대책 등 청년층을 겨냥한 공약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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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30만명 넘는데 감당할 수 있나?” 사회자 대학생들이니 취업지원 정책에 관심이 많을 듯하다. 우선 취업 관련 각자 처한 현실을 간단히 소개하고, 각당의 취업지원 대책을 좀 살펴보자. 박연석(이하 박) 사회가 스펙을 원하니까 저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해야 할 게 너무 많다. 토익 봐야지, 중국어 공부해야지, 자격증 따야지…. 발전은 있지만, 제 스스로 무개념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종우(이하 이) 대학 오면 뭔가 경험도 많이 쌓고 그럴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와 똑같다. 미래를 위해 취업 경험을 쌓는다거나 뭔가를 자유롭게 준비하며 보낼 시간이 없다. 수업 듣고 남는 시간에 생활비, 방값, 등록금 대출 이자 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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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와 함께 하는 눈높이 정책 검증 ‘한겨레-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공동기획 (청년·대학생 정책 검증 참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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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에 강제할수 있을지 의문
신중하게 검토 안한 정책” 사회자 민주통합당은 대기업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나 공공기관 지역출신 채용 할당제 등을 내놓았다. 어떻게 보나? 문 기업 일자리가 한계가 있는데 정부나 국회가 기업에 강제적으로 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년 고용을 늘리면 다른 40~50대 장년층들을 내보내자는 건가? 기성세대와 갈등을 빚을 것 같다. 박 공기업 부채가 많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데, 공기업에 꾸역꾸역 청년들 밀어 넣으면 빚만 느는 것 아닌가?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급조한 정책 같다. 김 민주당이 (기업들한테) 3% 추가고용 의무를 부과하겠다는데, 고용 없는 경제성장 고착화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설명이 없다. 말이 안 되는 정책이다.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건드리겠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믿을 수 있다. 매년 3%라면, 추가고용 의무 인원이 매년 ‘복리’로 계산될 텐데 이게 가능할까? 300인 이상 민간기업이 대상이라는데, 기업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 기 정당들이 고용 대책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쉽게 미룬다는 느낌도 든다. 일자리 꽉 차있는 대기업 말고,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 임금 수준 높이면 대학생들도 관심 갖게 될 텐데. 이 중소기업 지원 늘리고, 급여나 복지 좋은 중소기업도 많다는 인식이 생기는 게 중요하다. 기 새누리당 공약도 엉성하다. 공공부문에서 청년 채용 확대하겠다면서 내세운 게 복지, 안전, 환경 분야 등을 언급했다. 이런 분야는 이윤이 나는 곳이 아니라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 설명이 있어야 한다. 간병이나 보육, 공공근로 등 공공부문은 지금도 비정규 저임금 분야가 많은데, 청년들을 채용하면서 일자리의 질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건가? 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줄이고 정규직 채용하겠다는 공약 많은데, 솔직히 저는 비정규직이라도 좀 많이 채용했으면 좋겠다. 청년들 의무 고용하겠다는 민주당 정책을 보면, 부양가족 있는 장년층 희생이 따를 것 같다. 스펙 따지지 말고 인턴이나 비정규직이라도 많이 채용해 순환도 잘 되게 하고 일 잘해서 검증되면 채용도 하고 그러면 좋지 않나? 문 인턴 쓰고 채용으로 연결되는 경우 거의 없다. 차라리 정규직을 늘리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 나누는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다. 저는 지방대에 다녀서 그런지 공약 중에 ‘지역인재 할당제’는 꼭 했으면 좋겠다. 선배들 이야기 들어보면 지방대 취업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하더라. “군대전역할 때 630만원? 차라리 등록금 지원이나 더” 현금지원 “군복무자에 ‘종자돈’ 가산점제도와 다를바없어
여성·장애인 배려없는 굉장히 무식한 방법” 사회자 여당은 제도 도입이나 폐지 등 간접 지원제도가 많은 데 비해 민주당 등 야당은 지원금 등 직접 지원 공약이 많다. 현실성을 좀 따져보자. 문 민주당 공약처럼 군대 전역할 때 630만원씩 주면 다 좋아하겠죠. 그런데 그 돈 다 어떻게 마련할지 의문이고, 차라리 군대에서 자기계발 할 수 있게 월급을 좀 더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표를 의식한 느낌이 든다. 조삼모사. 월급 그대로 두고 전역할 때 주면서 생색내는 거 아닐까? 이 이 돈 주려면 세금 더 걷을 텐데, 차리리 등록금 지원이나 더 해줬으면 좋겠다. 그 돈으로 실제 취업이나 창업에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군에서 보내는 2년 동안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 있는 일을 좀 배울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텐데. 김 참여정부 때 군인 월급 단계적 인상안이 나온 적 있었는데 그 때 한나라당이 반대했다. 그런데 얼마 전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늘려야 한다고 하더라.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최소한 과거에 대한 고백을 해야 하는데, 양당 모두 과거 이야기가 없어 믿음이 가질 않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도 디제이, 노무현 정부 때 시설관리공단 만들어 가장 많이 늘었는데, 과거 이야기 잘 안 하잖나. 과거에 대한 자기 평가를 좀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 기 군복무자 사회복귀 지원 자체는 공감하지만, 630만원씩 현금 주겠다는 발상은 여성이나 신체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이죠. 지원금도 위헌 결정을 받은 군복무자 가산점 제도와 다를 바 없다. 정당들이 이 부분을 왜 간과하는지 모르겠다. 군복무자 지원해줄 거면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들 지원책도 같이 내놔야 한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책 없이 이런 공약을 내놓은 것은 굉장히 무식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박 종자돈 630만원은 군복무 기간 벌 수 있는 돈을 생각하면, 굉장히 미미하다. 저는 개인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청년 취업 지원 대책들이 현실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막상 내가 취업할 때는 혜택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은 없나? 박 저는 군복무를 마쳤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못 받더라도 우리 사회가 나아지면 그걸로 됐다고 본다. 말 나왔을 때 고치지 않으면 평생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 대학생들이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다. 옳다고 생각하면 자기 이익에 상관없이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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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담벼락에 빼곡하게 붙어있는 원룸과 하숙집 광고지들이 지나가는 버스창문에 비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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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주택 구하기 힘들고 집주인들이 꺼려
주변 임대료만 올려” 사회자 정당들이 대학생 주거 대책에도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양당 모두 대책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보나? 각자의 주거 현실은 어떤가? 박 학교에 기숙사가 없어 신입생 때 고시원 생활을 했었다. 엄마와 이모분들 와서 보시고 이러다 애 잡겠다 싶어 빚내서 자취방 구해주셨다. 부모님이 이자 내주신다. 이 방 2개짜리 반지하 빌라에 동아리 사람들 6명과 같이 산다. 누가 봐도 살기 힘든 상황인데, 그래도 6명이 각자 돈을 분담해서 낸다. 한 달에 20만원 정도 든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20~30만원 정도 벌 때에는 돈 없어 굶을 때도 있었다. 기 집은 서울인데 동생 3명이 다 대학생이다. 동생들과 나와 살려고 집을 구해봤는데 비싸서 포기했다. 고시원에서 두 달 살아봤는데, 복도 쪽 창문 있는 좁은 방도 40만원씩 하더라. 김 서울 올라와 5년쯤 살았는데 이사를 8번 다녔다. 대학생들도 안정적으로 자기 공간에서 사는 게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힘들다. 박 기숙사 많이 짓겠다는 새누리당 정책을 보면 대학이 일단 동의를 해야 하는데, 우리 학교만 보더라도 학교 운영자금이 부족하다고 한다. 대학이 기숙사 지을 돈이 있는지 모르겠고, 돈이 있어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문 대학생 전세임대 확대하겠다는데, 제 주변 대상자들은 제도에 맞는 주택을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평수 제한도 있고, 서류절차가 복잡하니까 집주인들이 꺼린다. 어떤 집주인들은 어차피 국가지원 받는 것이니 돈을 더 내라는 식으로 나온다고 한다. 정부 지원이 주변 임대료만 올려놓는 것이다. 박 직접 전세임대 신청을 해본 적이 있다.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기 어려워 버스 타고 다녀야 하는데 아르바이트까지 고려하면 굉장히 힘들다. 정부 예산이 580억원인데, 혜택은 많아야 1천~2천명이다. 정부가 이런 거 하고 있다고 생색내는 것밖에 안 된다. 기 물량 적은 전세에만 국한하니 문제다. 통계를 보니 전세주택 거주 학생이 9%, 월세가 35%, 나머지 기숙사, 하숙 등이다. 9%를 위한 정책을 하지 말고, 차라리 월세 보증이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보증금 없어 고생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대학생들에겐 기숙사가 제일 좋긴 한데, 요즘엔 너무 비싸다. 우리 학교도 이번에 크게 지었는데, 한 달에 50만원이다. 방이 남아서 학교 쪽에서 지원하라고 문자 오고 홍보하고 그런다. 지어놓기만 하면 뭐하느냐는 거죠. 다른 학교도 한 달에 50~60만원씩 들어가는 기숙사가 들어서고 있다. 문 민주당이 제시한 공공원룸텔도 되기만 하면 좋은데, 땅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고 잘 될지 모르겠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에 4천명 수용하고 가격도 싼 편이다. 국립대가 비교적 잘 갖춰진 것 같다. 기 사립대는 개인에게 맡기는 편이다. 수도권 좋은 대학들이 지역 인재 받아놓고 주거문제는 니네가 알아서 하라는 태도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대학의 책임도 굉장히 크다. 이 결국 기숙사 증축과 전세지원 두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정부와 대학, 그리고 집주인들 사이에 전혀 연계가 없는 상태에서 공약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 청년문제를 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협소하다. 대학가 근처 방들은 사회 초년생이나 미취업자들도 많이 살아 포화상태다. 학교 게시판에는 하숙집 주인들 횡포, 담합 등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이 올라온다. 대학생들에게는 주거권이라는 게 교육권이자 생존권이다. 대학생 절반 이상이 주택법이 정한 최소 주거면적 14㎡ 이하에서 산다고 한다. 어디서 생각을 키우고 어디서 창의력을 기르라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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