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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8 18:23 수정 : 2018.03.01 08:48

증오 올림픽의 최고 인기 경기는 ‘컬링’이 아니라 ‘킬링’이다. 평화의 싹을 죽이고, 남북 화해의 염원을 죽이고, 비핵화의 희망을 죽이고 있다. ‘무대책 킬링팀’의 좌충우돌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김종구
편집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 이 땅의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올림픽이 열렸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와 화해의 제전이라면, 이 올림픽은 냉전과 대립의 경연장이다. 이 올림픽은 남북 간에 화해의 훈풍이 부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고 한반도를 꽁꽁 얼어붙게 하자는 것이 기본 정신이다. 가히 ‘겨울’ 올림픽이라 할 만하다. ‘보다 악의적으로, 더욱 비틀어서, 보다 어이없게!’ 이 올림픽의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 아래 누가 증오와 저주, 악담을 잘하는가를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평화 올림픽의 성화는 꺼졌지만 증오 올림픽의 성화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

이 올림픽의 전체 방향을 기획하고 이끈 조직위원회는 <조선일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계속 꼬투리를 잡고 미국과의 불화를 부각시키더니 급기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 소식에 ‘천안함 폭침 주범이 한국과 유가족 능멸하게 만들 텐가’라고 항전의 봉화를 피워올렸다. 조직위의 깃발을 따라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극우 보수단체 회원들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해 치열한 메달 경쟁을 벌였다. 금메달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저지하기 위해 통일대교 남단 도로를 점거하고 밤샘 농성을 벌인 김성태·김무성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돌아갔다.

이 올림픽은 주로 남한 선수들이 뛰었지만 외국에서는 유일하게 일본 선수들도 참가했다.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고 말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가장 돋보이는 외국 선수였다. 고이케 지사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고 일본의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치인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평창올림픽은 평양올림픽”이라는 글을 올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 ‘빙속 여제' 이상화와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포옹이 한-일 양국 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준 것과는 또 달리 양국의 두 여성 정치인 나경원-고이케의 포옹은 양국 극우세력에 큰 감동과 기쁨을 안겨줬을 것이다.

이 올림픽 참가자들에게 도핑 테스트를 해보면 양성반응이 나올 게 분명하다. 자가당착적 태도 변화, 극단적인 어휘 선택, 기상천외한 시위·농성 등 경기 장면 하나하나가 약물 복용이 아니고서는 나오기 어려운 모습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만 해도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운전석은커녕 조수석에도 못 앉은 상황”이라고 조롱했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어법에 맞지 않는 영어까지 동원해 “미국·중국·북한이 우리를 왕따시키고 자기들끼리 우리 운명을 결정하려 한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우리 정부가 중심에 서서 북한과의 만남을 시작하자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빠져든 어리석은 정부”라고 비난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경기 부문의 금메달이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태극기는 참으로 오랜만에 존엄과 신성함을 되찾았다. 경기가 끝난 뒤 우리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며 흔드는 태극기, 대한민국이 우승한 경기 시상식장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에도 태극기 수난사는 계속됐다. ‘박근혜 석방,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반대’ 등을 외치며 열린 태극기부대 집회,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 저지 농성장에 등장한 대형 태극기로 태극기의 존엄과 신성함은 다시 훼손됐다.

증오 올림픽 경기를 지켜보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은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이다. 현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반대와 비난만을 일삼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방법과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 것인가? 아무리 보아도 그 답을 알 길이 없다. 오직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불편해하고 있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면 큰일 난다”는 것 일색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서 미국의 태도가 중요함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북-미 대화 성사까지 이르는 길이 온통 가시밭길인 것도 다 안다. 중요한 사실은 평창올림픽이 평화를 위한 소중한 싹을 틔웠다는 점이다. 증오 올림픽 참가자들은 그 소중한 싹을 한사코 짓밟으려 한다. 증오 올림픽의 최고 인기 경기는 ‘컬링’이 아니라 ‘킬링’이다. 평화의 싹을 죽이고, 남북 화해의 염원을 죽이고, 비핵화의 희망을 죽이고 있다. ‘무대책 킬링팀’의 좌충우돌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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