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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의 나라 동물인 황금개구리. 야생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아리곰팡이가 유력한 원인이다. 브라이언 그래트윅,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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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는 산업문명이 붕괴한 뒤 곰팡이가 지배하는 세계가 나온다. 거대한 곰팡이 숲에서 피어오른 포자가 방사능과 독성물질에 오염된 세상을 눈처럼 휘날리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곳을 부패의 바다, 곧 ‘부해’라고 작가는 불렀다. 바로 균류의 세계이다. 곰팡이, 버섯, 효모로 이뤄지는 균류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그리고 박테리아와도 구별되는 독립된 왕국을 이룬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의 쏙쏙 들어오는 설명을 듣자면 “낯짝의 버짐, 발가락 사이의 무좀, 이불이나 책갈피에 피는 곰팡이나 가을 송이가 다 한통속”이다. 균류는 죽은 생물체 등 유기물을 분해해 식물이 섭취할 수 있는 무기물로 만들어 자연의 순환고리를 이어 주는가 하면, 발효와 약용물질 생산 등 인간을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하지만 균류가 지닌 무서운 얼굴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네이처> 최근호는 매슈 피셔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박사 등의 논문을 ‘곰팡이 공포’란 제목의 표지기사로 실었다.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세계적 추세를 분석해 곰팡이 감염병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합친 것보다 동식물과 생태계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곰팡이는 해마다 쌀, 밀, 옥수수, 감자, 콩 등 주요 작물 1억2500만t의 수확 감소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는 6억명이 먹을 식량이다. 연구진은 만일 5대 작물이 동시에 곰팡이로 인한 타격을 입는다면 그 피해는 9억t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42억명이 굶주리는 세계적 기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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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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