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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얼음 밑의 포식자 그린란드상어. 제프리 갤런트, 캐나다 그린란드상어 교육 연구 그룹(GEE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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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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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나 범고래 같은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래서 그 포식자가 사라지거나 새로 나타났을 때 생태계는 휘청이게 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복원한 것은 그 유명한 예이다. 예상치 못한 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대형 사슴인 엘크가 줄어들자 그들이 어린나무를 즐겨 뜯어먹던 강변에 버드나무 등이 자라기 시작했다. 강변 숲이 무성해지자 비버가 댐을 쌓기 시작했고, 하천 생태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됐다. 게다가 늑대가 남긴 사냥 찌꺼기를 먹을 수 있게 된 회색곰도 늘었다.
북극의 최강자는 누가 뭐래도 북극곰이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함께 북극곰의 지위가 흔들리는 게 아니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8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물개의 천적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특별한 발견을 했다. 그린란드상어 뱃속에서 북극곰 턱뼈가 나왔던 것이다. 그린란드상어가 물개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북극곰까지 먹는단 말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다른 이유로 죽은 북극곰의 주검을 상어가 먹었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다른 견해도 나왔다. 보통 바다에서 죽은 동물의 주검에는 수많은 갑각류가 들러붙는데 상어의 위장에서는 그런 갑각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긴 날쌘 물개도 잡는 그린란드상어 아닌가.
그린란드상어는 수수께끼의 동물이다. 어두운 얼음 바다 밑에서 유령처럼 먹이에 접근하는 거대한 포식자이다. 이 상어의 주 서식지가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북극해라는 사실 때문에 연구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의 어류학자들은 최근 지난 반세기 동안의 그린란드상어에 관한 연구 결과를 검토한 리뷰논문을 통해 “그린란드상어가 북극곰이 해 오던 (최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넘겨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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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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