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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영등포구의 실내낚시터. 수조 안에서 등지느러미에 옷핀으로 붉은 꼬리표를 단 잉어가 헤엄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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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실내낚시터 물고기들
▶ 전국 도처에서 운영중인 실내낚시터 거의 모든 곳이 경품을 내걸고 있습니다. 사행심도 문제인데, 생명을 담보로 사행심을 조장해야 할까요? 물고기로 태어났으니 그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탐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주는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을 보여주자고요~.
비릿한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검은 물 위에 둥실 떠 있는 건 물고기가 아니라 형광색 막대였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실내낚시터, 주인인 이아무개(39)씨가 물고기를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안내했다. 이씨가 가로 5m 세로 10m 깊이 70㎝의 좁은 수조에 떡밥용 사료를 휙 뿌리자 가라앉아 있던 물고기들이 사료를 먹으러 수면 위로 올라왔다. 좁은 수조 안에서 물고기들은 바글거렸다. 1500마리 정도라고 이씨는 귀띔했다. 헤엄칠 자유를 잃어버린 물고기들은 뒤엉킨 채 서로의 몸을 쉴 새 없이 타고 넘었다.
실내낚시용으로 쓰이는 물고기들은 잉어, 붕어, 향어, 메기, 비단잉어, 새끼철갑상어 등이다. 힘이 좋은 잉어가 제일 많다. 100g의 몸집이 작은 물고기부터 3㎏의 묵직한 물고기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잉어와 향어가 1㎏당 7천원, 붕어는 1㎏당 6천원에 500㎏~1t씩 묶여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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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채로 건져낸 잉어의 살점이 뜯어져 있다. 아가미로 숨만 쉴 뿐 움직이지 않던 잉어는 냉동실에 넣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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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에 찔리는 주둥이
경품 옷핀에 뜯기는 지느러미 약품 탄 수조에 먹이는 미끼
온몸에 상처 입고 힘이 빠지면
냉장고는 물고기의 무덤이다 배고픔은 낚시용 물고기들의 첫번째 숙명이다. 물고기들이 먹는 먹이는 손님들이 낚시할 때 날아오는 사료용 떡밥이 전부였다. 허기진 상태라야 물고기들이 더 잘 낚이기 때문에 따로 밥을 주지 않는다. 자연상태와 달리 지렁이 같은 동물성 먹이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늘 영양이 부족해 살이 쉽게 빠진다. 바늘에 여러번 찔리는 아픔은 두번째 숙명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대학생 김대현(22)씨는 “바다낚시보다 빨리빨리 손맛을 볼 수 있어서 온다”며 실내낚시터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손맛이란, 까딱까딱 찌가 수면 위에서 위아래로 움직일 때 갈고리모양의 낚싯바늘이 물고기의 입안을 제대로 파고들 수 있도록 채는 느낌을 말한다. 김씨는 잉어를 낚아 무게를 잰 뒤 바로 수조로 던졌다. “한번 문 놈이 계속 물 수도 있고, 새로운 놈이 물 수도 있고… 어떤 놈이 잘 잡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주인 이씨가 말했다. 물고기들은 배를 채우려면 바늘에 달린 떡밥을 물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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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낚시터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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