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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0 14:33 수정 : 2012.08.10 20:02

인체 내 세균. 우리 몸은 무수한 세균의 생태계이다. 사진=CIRES, 콜로라도대

[토요판] 생명 조홍섭의 자연보따리

당신의 몸에 100조 마리

내 몸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살까. 아무리 청결하게 몸을 씻는다 해도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수보다 10배 많은 약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따위가 우리 몸에 터 잡고 산다. 그 무게를 다 합치면 1~2㎏에 이른다. 이들 미생물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인간을 지금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건강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2007년부터 ‘인체 미생물 군집 프로젝트’를 세계 80개 연구소와 함께 벌이고 있다. 5년간 약 2000억원을 들인 이 사업의 목적은 사람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우리 몸의 미생물은 1만종에 이른다. 생물다양성을 연구하기 위해 아마존의 열대우림에 갈 것이 아니라 우리 몸속을 탐험해야 할 판이다.

현재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의 몸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사는 곳은 큰창자로 세균 수가 무려 4000종이었다. 이어 음식물을 씹는 이에 1300종, 코 속 피부에 900종, 볼 안쪽 피부에 800종, 여성의 질에서 300종의 미생물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입속에만 적어도 5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연구로 인체는 수많은 미생물이 사는 생태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팔꿈치와 입속 등 부위마다 분포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며 사람마다 살아가는 미생물의 종류도 차이가 난다. 음식과 나이에 따라서도 미생물이 달라진다. 새롭게 드러난 미생물의 영향도 놀랍다.

사람의 장내 세균. 사진/미국질병통제센터

최근 미국 연구진은 임신한 여성의 질에는 임신 전과 현저히 다른 미생물 집단이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롭게 주도권을 쥐는 미생물은 위장에서 흔히 젖을 소화하는 효소를 분비하는 박테리아였다. 출산 과정에서 아기는 이 박테리아의 세례를 받을 것이 분명한데, 덕분에 모유를 소화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이 예는 새끼에게 자신의 배설물부터 먹이는 토끼를 떠올리게 한다. 토끼의 똥 속에는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유용한 세균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에 어미 토끼는 이것을 새끼에게 먹임으로써 소화기능을 전달한다. 당연히 이런 세균 전달은 제왕절개를 통한 출산에서는 일어나지 않지만 그 부작용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미국 아이다호 대학의 과학자들은 모유 속에서 무려 600종의 세균과 함께 아기는 전혀 소화시키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 당분은 바로 세균을 먹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모유는 아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균도 먹여 살리는 것이다.

피부에 사는 어떤 세균은 보습 효과를 낸다. 이 세균은 피부 세포가 분비하는 왁스질의 분비물을 먹고 사는데, 수분 층을 만들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킨다. 쥐 실험에서 드러난 ‘비만 세균’이 사람에게도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이런 연구결과는 우리 몸의 세균은 결코 퇴치가 아니라 공존의 대상임을 보여준다.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과 유익한 미생물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깨져 병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유기농업과 비슷하다.

우리 몸은 나와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공존하는 커다란 또 하나의 유기체인 셈이다.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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