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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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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생후 2개월’의 죽음
지난 7월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850g의 새끼 고양이가 죽은 채 길에서 발견되었다. 배에는 개복 수술의 흔적이, 귀는 일부 잘린 중성화 표지가 남아 있었다. 5일 뒤인 26일 같은 지역에서 550g의 새끼 고양이가 같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550g, 850g이면 생후 2개월가량으로 사람으로 치면 3~4살 된 아이들이 길고양이 티엔아르(TNR·포획해서 중성화 수술 후 방사하는 것)라는 이름으로 죽어간 것이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이 급하게 모였고, 종로구 캣맘인 나도 참석했다. 사실 이번 일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다만 증거만 없었을 뿐. 고양이 카페에는 밥 주던 동네 길고양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고양이 잡아가라는 민원에 대량 포획을 한 것일 텐데 사라진 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길고양이를 유기묘로 분류해 10일 동안 입양 공고한 뒤 안락사시켰거나 중성화 수술 후 엉뚱한 곳에 방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술한 길고양이를 살던 곳이 아닌 곳에 방사하면 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수술한 고양이의 몸 상태를 살피면서 밥과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캣맘이 없기 때문이다. 6월에도 봉천동에서 중성화 수술 부위의 감염이 심각한 고양이가 발견되었다. 이는 ‘살처분’과 다를 바 없다.
캣맘 회의 후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으로 8월11일 캣맘과 동물보호단체, 종로구청 담당자와 티엔아르 담당 업체가 모여 회의를 했다. 종로구는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고, 길고양이 티엔아르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서울시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회의 결과가 얼마나 책임있게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새롭게 바뀐 담당자가 반려인이라 개선에 의지를 보이는 게 희망이다. 지역경제과, 산업환경과 소속인 구청 담당자들은 여러 업무 중의 하나인 동물 문제에 대체로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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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고양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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