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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자락의 국립공원종복원센터 여우복원팀 야외방사 계류장에서 자연 방사를 기다리고 있는 토종 여우. 풍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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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 소백산 가는 여우들
동물 종 복원은 산속 깊은 곳에 해당 동물 몇 마리쯤은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시작합니다. 산속에 들어가 짝을 짓고 새끼를 낳아 야생 무리의 몸집을 불리라는 것이죠. 반달가슴곰의 경우도 2000년 지리산에서 야생 개체가 카메라에 잡힌 뒤 본격적인 복원사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27마리가 지리산에 삽니다.(아직 야생 무리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올가을 소백산에 보내질 여우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토종 ‘붉은여우’입니다. 이들이 어디선가 살고 있을 야생의 동지를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1960년대 쥐잡기 운동과대대적인 수렵열풍 속에서
생존력 강한 여우들 대몰살 다음달 2마리 야생방사
죽은 고기 산 고기 안 가리고
땅속에 묻어 꺼내 먹는 습성
긴 굴 파 조그만 방 만들기도 여우는 공동묘지에 산다고 전해진다. 구미호 전설에서도 공동묘지가 등장한다. 조선시대 사료에서 동물 기록을 수집·분석하는 김동진 서울대 수의대 연구교수는 여우가 땅을 파헤치는 습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조선시대 양반은 몇 달 동안 무덤을 지켰지요. 반면 민중은 사람이 죽으면 갖다 버리기 급급했어요.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땅을 얕게 파고 묻었죠. 풀로 대충 덮어두는 ‘초장’을 한 사례도 있고요. 얕은 땅은 여우가 다 파고 들어가지요. 여우가 썩은 고기를 먹잖아요.” 우리가 여우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다. 여우의 생태에 대해 기록한 문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우는 동물학이 연구되기도 전에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논문 한 장조차 남겨진 게 없다. 그런 여우가 야생으로 돌아간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종복원기술원은 여우 야생방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 영주의 중부복원센터에서 일하며 이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정철운 연구원이 말했다. “여우가 일본에선 도심지에서 출몰하고 미국에선 야생의 초지에서 나타나요. 한국에선 어디에서 살았을까요? 민담이나 전설 말곤 생태적인 기록이 없어요. 한국 여우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니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지난 29일 종복원기술원이 운영하는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여우 야생적응 훈련장을 찾았다. 훈련장은 9600㎡(2900평) 넓이로, 작은 산 하나에 울타리를 쳐 만들었다. 이 훈련장에 여우 5마리가 살고, 개중 2마리는 10월 소백산 산중으로 거처를 옮긴다. 모두 한국 토종 ‘붉은여우’와 유전적으로 같은 종으로, 중국 등에서 들여와 번식한 개체들이다. 이날 여우들은 태풍 볼라벤과 덴빈 때문에 실내 사육장에 들어와 있었다. 여우는 겁이 많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개를 낮추곤 귀를 쫑긋 세운 채 불안스럽게 쳐다봤다. 정 연구원이 설명했다. “올해 가을 방사될 2마리는 지난 5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인간 접근이 차단됐어요. 그래서 사람을 모르죠. 먹이를 줘도 사람 없을 때 먹어요.” 이 2마리는 지난 27일 서울대공원에서 야생적응 훈련장으로 왔다. 나머지 3마리는 지난 5월에 미리 와 터전을 잡았다. 5~6살로 추정되는 3마리는 한때 개인이 사육했는데도 오자마자 여우의 본성을 되찾았다. “생전 사냥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바로 꿩과 메추라기를 잡아먹더라고요. 쥐를 풀어놓으니까 툭툭 건드리면서 따라다니다가 물어 죽여요. 그다음엔 여기저기 파묻어놓지요. 죽은 고라니도 마찬가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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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자락의 국립공원종복원센터 여우복원팀 야외방사 계류장. 풍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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