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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시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일대의 김포공항 습지에서 10여종의 새들을 만났다. 새들은 ‘조류 위험지대’인 공항 옆에 터전을 일궜다. 흰뺨검둥오리가 습지 위를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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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버드 스트라이크’의 명암
▶ 김포공항 담장은 하늘 위로도 솟아 있다. 담장은 투명망토처럼 새들의 공중 경계선이 된다. 학습효과 때문에 새들은 좀처럼 투명망토를 뚫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강한 총성에 혼비백산해 쫓겨났거나 영영 돌아오지 않은 새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은 백로가 한해 862마리. 그런데 바로 그 담장 아래 ‘새들의 오아시스’가 생겼다. 경작 멈추니 습지로 돌아간 땅법정보호종만 25종
그러나 조류퇴치 작업으로
한해 2000마리가 죽어나가 공항공사는 비행 안전을 위해
27홀 규모 골프장을 지어
새를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
환경단체는 습지가 되레
새의 공항진입 막는다고 반박 김포공항에 새들의 천국이 숨어 있다. 법정보호종만 25종이 산다. 불과 몇 년 만에 습지가 자랐고 새들이 몰려왔다. 새들은 서울시와 경기도 부천시 사이 대장들녘에서 낟알을 주워 먹는다. 한강에서 끌어온 동부간선수로(부둑천)가 도심 속 벌판을 흐른다. 가을 햇볕에 나락이 익고 습지를 오가는 백로가 목을 축인다. 들녘 한쪽에는 부천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도 숨어 있다. 새들이 사는 곳은 김포공항 습지다. 아직 이름이 붙지 않아 오곡동 습지(서울시 강서구 오곡동, 부천시 대장동 쪽), 고강동 습지(부천시 고강동 쪽)라고도 불린다. 습지는 대장들녘 동쪽, 김포공항 서쪽 담장을 따라 이어진다. 지난 5일 오후 이복식(2개 학년이 한 반) 수업을 하고 있는 대장분교에서 탐조를 시작했다. 대장들녘에서 김포공항 쪽으로 가자마자 처음 나타난 건 해오라기였다. 물까치가 나무 열매를 따먹고 황조롱이는 하늘에서 정지비행을 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들어갈수록 수풀은 깊고 높아졌다. 도루박이(도로박이)와 줄, 부들은 어른 키가 넘었고 어떤 곳은 늪이 되어 있었다. 너구리 발자국 너머로 보이는 늪지 한가운데 흰뺨검둥오리가 숨어 있었다. 인기척이 들리자 오리들이 떼를 지어 비상했다. 백로들은 습지에서 떨어진 동부간선수로에 모여 있었다. 이날 오후에 본 새만 10종이 넘었다. 서울시립대 환경생태연구실과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이 2009년 6월부터 최근까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황새·재두루미·독수리·쇠부엉이·오색딱따구리 등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서울시 보호종 등 법정보호종만 25종의 새가 산다. 어떻게 수도권 한복판에 ‘새들의 오아시스’가 생겼을까? 한국공항공사는 1989년부터 항공기 소음 민원 해소와 이착륙 안전을 위해 공항 주변 땅과 주택을 매입해 왔다. 2004년엔 1300억원을 들여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99만6000㎡)을 짓기로 했다. 2008년 농사가 중단되고 마을 사람들은 논을 두고 떠났다. 비가 온 뒤 묵정논은 둠벙이 되고 습지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3~4년 만에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곳을 조사해 온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말했다. “원래 습지였던 거죠. 그걸 개간해서 경작을 한 거고 버려두니까 다시 습지가 된 거예요.” 습지의 전형적 토양인 이탄층(지하수에 의해 죽은 식물이 썩지 않고 쌓인 곳)은 물을 잘 머금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논을 버리고 떠나자마자 금세 자연습지가 된 것이다. 참깨밭에서 일하던 한선균(65)씨가 말했다. “너구리, 오소리도 살아요. 어, 저기 후투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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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습지. 묵정논이 새들의 천국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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