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최근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반려동물 판매전문점인 ‘몰리스펫샵’에서 반려동물이 무이자 할부로 판매되고 있다. 잘 안 팔리는 품종에 대해선 50% 할인 판매도 이뤄진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토요판|생명] ‘이마트 몰리스펫샵’ 동물판매 조사
▷ 대형마트는 ‘소비자 지상주의’가 구현되는 곳이다. 대형마트 안의 노동자가 장갑도 끼지 못한 채 온종일 서서 돈을 받는 사이 대형마트 밖의 사장님들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소비 천국’의 그늘이 들춰지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례 등 부작용을 개선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가 있으니, 이곳에서 24시간 사는 개·고양이·햄스터·거북이들이다. 이들이 지금 ‘생명에 대한 예의’를 묻고 있다. 이마트 대표의 푸들 ‘몰리’그 이름 따서 1호점 낸 이후
2년만에 15곳으로 매장 넓혀
동물자유연대가 13곳 조사 동물보호법이 금지한
2개월 미만 강아지도 포함
동물이 쉽고 싸게 거래되면
충동구매, 유기로 이어져
외국선 상업적 판매 금지 추세 ‘6개월 무이자-6개월 분납시 매월 8만3340원’. 엎드린 아메리칸 코커스패니얼 앞에 가격표가 붙어 있다. 아이들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열중해 쳐다본다. 지난 22일 이마트 인천 송림점의 몰리스펫샵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트위터를 타고 퍼져나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생명에 대한 모독일까? 아니면 동물 역시 쇼핑 목록에 지나지 않는 걸까? 23일 이마트 경기 안산점. 개 10마리, 고양이 1마리, 햄스터 6마리 등이 투명 플라스틱 전시관 안에 갇혀 있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 활동가가 손님인 척 물어보았다. “시츄가 네 마리나 되네요.” “시츄는 무조건 30% 할인이에요. 엄마를 못 찾아서 엄마 찾기 프로젝트 중이예요.” “……” “오늘 당장 사시면 50%까지 해드릴게요.” “집에 가서 생각해보고요” “내일까지 오시면 50% 해드릴게요!” 동물자유연대가 26일 ‘몰리스펫샵 동물판매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9월부터 두 달 동안 이마트의 동물판매 전문점 몰리스펫샵 15개점 가운데 경기 용인 구성점과 부산 서면점을 제외한 13개 매장을 조사했다. 이날 동물자유연대는 “일부 매장에서 동물보호법을 어긴 채 생후 2개월 미만의 개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기준을 어길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은 업체 등록을 취소하거나 6달 이하의 영업 정지를 내리게 된다. 몰리스펫샵은 이마트가 직접 운영하는 국내 최대 ‘반려동물 원스톱 멀티숍’이다. 반려동물과 사료·장남감 등 각종 사육용품을 판매하고 유치원, 병원, 미용실 등을 둔 매장도 있다. 정용진 이마트 대표(신세계 부회장)의 반려동물 푸들 ‘몰리’의 이름을 따 2010년 용인 구성점에 1호점을 낸 이래 2년 만에 전국 15곳으로 매장을 넓혔다. 동물자유연대가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대전 월평점, 대전터미널점과 경기 분당점에서 생후 2달 미만의 개가 전시·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월평점은 조사 시점인 9월19일에 7월25일에 태어난 말티즈를 팔고 있었으며, 대전터미널점에서는 7월23일 태어난 아메리칸 코커스패니얼에 대해서 바로 분양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생후 2개월 되는 날에 앞서 미리 판매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이 말했다. “새끼는 면역력도 낮고 전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2개월 미만 판매 금지 규정이 만들어진 거죠.” 새끼들은 귀엽다. 쇼핑객들의 관심을 끈다. 몰리스펫샵 앞에는 항상 어린이들이 몰려 있다. 이 국장은 “당장 팔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시 효과를 노리고 2개월 미만의 개를 갖다 놓은 매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점, 의정부점 등은 2개월 미만의 새끼를 전시했지만, ‘파느냐’는 조사팀의 문의에는 아니라고 답했다. 동물보호법상 사육시설 기준도 어긴 매장도 발견됐다. 동물자유연대는 서울시 문정동 가든파이브점의 경우에는 토끼 사육장이 딱 한 마리 앉아 있을 정도로 좁아 토끼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동물판매점의 전시실은 최소한 동물의 체장(코부터 꼬리까지)의 2배 이상의 길이와 1.5배 이상의 너비를 요구한다.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