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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박지만씨에게 선물받은 진돗개 봉숙·봉달이가 낳은 새끼들을 안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딸 문다혜씨가 맡긴 유기고양이 ‘찡찡이’와 함께 사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현재는 봉숙·봉달이와 살지 않는 박 후보는 청와대에 들어가면 유기동물을 입양하겠다고 했고, 문 후보는 찡찡이를 데려가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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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동물 대통령’은 누구?
청와대 앞마당은 누가 차지할까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을 유기동물이 ‘퍼스트 펫’의 영광을 차지할 거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가 함께해온 유기고양이 ‘찡찡이’와 풍산개 ‘마루’ 등이 마당을 뛰놀 겁니다. 두 후보는 ‘유기동물 청와대 입성’을 약속했습니다.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동물을 위한 공약도 나왔습니다. 아쉽게도 동물들은 투표를 할 수가 없네요. 여러분들이 동물들의 대통령을 뽑아주세요!
내년 2월 취임하는 제18대 대통령과 함께 유기견이나 유기묘 등 유기동물도 청와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등 유력 후보들 모두 청와대에서 유기동물을 기르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는 9일 생명체학대방지연합 등 10개 동물보호·환경단체가 보낸 동물정책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동물복지 현장에 가보고 유기동물을 직접 입양도 해서 동물복지와 동물보호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새누리당 전문위원이 기초자료를 작성해 올린 것을 후보실에서 최종 검토해 확정했다. 박 후보의 공식 입장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한때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진돗개 봉숙이·봉달이를 기르며 새끼를 분양하는 등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다.
유기고양이 키우는 문재인당선되면 입양하겠다는 박근혜
동물보호단체서 보낸 질의서에
“생매장 금지법 등 복지 강화”
문, 동물실험·곰 사육도 반대 구체성 부족하고 원론적이나
처음 의제 올랐다는 것에 의미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이미 유기고양이 ‘찡찡이’를 집에서 기르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7일 부산 유세에서 “청와대에 들어가면 찡찡이도 데리고 가느냐”라는 시민의 질문에 “함께 가겠다”고 대답해 트위터 등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문 후보 가족을 잘 아는 캠프 관계자는 12일 “길 잃은 고양이를 입양해 기르던 딸 다혜씨가 결혼하면서 2007년부터 문 후보가 이를 경남 양산 자택에서 맡아 기르고 있다. 새침하고 자주 찡찡거린다고 해서 찡찡이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동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 자택에는 찡찡이와 함께 풍산개 ‘마루’도 함께 살고 있고, 최근에는 한달 된 스피츠 강아지 ‘쯔쯔’도 합류했다. 캠프 관계자는 “토종닭과 관상용 닭의 일종인 ‘실키’를 키우면서 닭이 낳은 계란을 직접 받아먹는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는 동물복지가 처음 선거 의제에 올랐다. 동물보호단체는 11월 두 후보에게 동물정책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두 후보는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조항의 강화 △동물복지 실태조사 실시 △모피 및 상어지느러미 수입·판매 규제 등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대부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결정으로 제기된 돌고래쇼 금지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후보 쪽은 “돌고래쇼 금지는 동물보호와 함께 국민정서를 함양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전면 금지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 쪽도 “돌고래쇼를 포함한 동물쇼는 중단하는 것이 옳다. 다만 적지 않은 반발이 있으므로 그 방향으로 가도록 정책을 만들고 교육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가축전염병 사태 때 동물들을 산 채로 묻는 관행과 관련해 동물보호법 등에 ‘생매장 금지’를 명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했고, 문 후보도 공감하면서 “위기대응체계를 보완하는 한편 생매장을 금지하고 국제기준에 맞게 인도적 도축기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는 지난겨울 벌어진 구제역 사태로 소·돼지 등 가축 348만마리가 생매장·살처분된 것과 관련해 ‘생매장 금지법’을 요구해왔다. 두 후보의 정책을 보면, 동물권과 동물복지의 문제의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원칙적인 입장 표명 수준에 머무른 한계도 보인다. 정책과 입장의 차이점을 보면, 박 후보는 화장품 동물실험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문 후보는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문 후보는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곰 사육과 관련해서도 특별법을 제정해 사육곰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경영학·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는 “대선 후보들이 처음 동물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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