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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인천승마클럽에서 승마 지도사들이 한 어린이를 말에 태워 운동을 시키고 있다. 재활승마용 말은 좁은 마장을 끝없이 맴돌며 장애인들이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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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생명] 동물매개치료의 명암
말은 장애인 위해 봉사한다그 움직임이 신체를 통해
사람의 뇌 자극시키고
끊임없이 균형을 잡다보면
자세 교정과 집중력에도 효과
동물은 단지 사람으로부터 보살핌과 사랑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의 고통을 잊게 하고 나쁜 자세를 고쳐주어 건강을 되찾게 하기도 합니다. 말과 개는 오래전부터 사람을 치유해 왔습니다. 최근엔 돌고래, 고양이, 새, 기니피그, 곤충까지 이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일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 치유 과정에서 서로 행복해지는 길은 없을까요. “얼룩아, 잘 부탁해~.” 조랑말 위에 올라탄 한진(6)이는 치료사의 구호를 따라 외치며 안장 위에서 허리를 꼿꼿이 폈다. 뚜벅뚜벅 걷는 말 위에서 손뼉을 치고 ‘앞으로 나란히’를 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달 28일 인천 남동구 서창동에 자리잡은 한국마사회(KRA) 시흥 승마힐링센터 승마장에서 조랑말 ‘얼룩이’와 ‘거북이’가 장애인을 태우고 가로 세로가 15m, 13m인 마장을 빙빙 돌았다. ‘리더’가 말고삐를 잡고 말 양쪽엔 ‘사이드 워커’가 아이를 돌보며 따라 걸었다. 치료사는 전체를 지휘했다. 말 위에 앉아 있는데 치료는 고사하고 무슨 운동이 될까? “보기보다 힘이 많이 듭니다. 처음 말을 탄 아이는 집에 가서 곯아떨어질 정도지요.” 이호신 승마힐링부장의 말이다. 김갑수 제주한라대 마사학부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말 타기의 운동 강도는 수영보다 4배 강해서 8분만 해도 땀이 흐른다. 움직이는 말 위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다, 말의 전후 좌우 상하 움직임이 골반과 척추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또 말의 보행 패턴이 사람과 비슷해 말을 탄 장애인은 마치 스스로 걷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비뚤어진 자세를 바로잡고 근육 이완과 집중력 증가, 자신감 회복 등의 효과를 얻는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주 1회 30분씩 재활승마를 해온 한진이는 반마비로 뒤뚱거리던 걸음걸이가 반듯해졌다고 보호자 조남두(66·경기도 안양시)씨는 말했다. 처음 두번째 시간까지 말을 만지지도 못했던 한진이는 이날 승마를 마치고도 말을 한참 들여다본 뒤에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조씨의 걱정은 다른 대기자에게 자리를 넘기기 위해 1년이 되는 오는 8월까지만 재활승마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재활승마장은 1년 넘게 기다려도 순서가 돌아오지 않고 사설승마는 부실한데다 비싸다.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의료보험 적용, 공익요원 배치 등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 승마장의 재활승마 대기자는 80명이다. 최대 수용능력인 하루 10명을 받더라도 8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호신 부장은 “재활승마를 늘리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 못 한다. 자원봉사자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등 지적장애인의 재활승마를 하고 있는 김현자 인천은혜병원 물리치료사는 “지능과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도 승마를 통해 저절로 바른 자세를 깨치는데 근육이 이것을 기억하고 몸의 성장에 적응하려면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거나
만지는 등의 활동으로
발달장애 치유도 해주지만
스트레스 준다는 이유로
동물복지 문제 제기되기도 재활승마용 말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치유하는 일을 하지만 부자연스런 아이와 서너 명의 사람에게 둘러싸여 좁은 마장을 끝없이 맴돌아야 한다. 예민한 초식동물로서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이곳의 말들은 일주일에 하루만 재활승마를 3~5차례 할 뿐 나머지 날엔 쉬거나 교관의 승마로 몸을 푼다. 2001년부터 재활승마를 해온 삼성전자 승마단의 말들도 하루 2시간 강습을 마치면 4시간 이상 방목장에서 뛰논다. 적어도 사회공헌을 위해 재활승마를 하는 기업의 말에게 큰 동물복지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설 승마장에서도 이런 ‘대접’을 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김갑수 교수는 “유럽에선 재활승마용 말의 기준이 있어 젊고 걸음걸이가 활발한 품종을 주로 쓰지만 우리나라에선 나이 많고 순한, 그리고 경마장에서 퇴역한 말을 쓰는 경향이 있다. 제대로 된 말과 지도자가 없는 무자격 승마장에서 자칫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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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경기 평택의 한 어린이집에서 열린 반려견 교감 프로그램에서 장애인 도우미견과 어린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려견은 정서를 안정시켜 주는 구실을 한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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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는 모습. 제돌이 사건이 사회적인 조명을 받자 서울대공원은 지난 5월 “인위적 돌고래쇼를 중단하고, 자연적·교육적 요소를 강조한 무료 생태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 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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