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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난 고양이는 포식자이자 뛰어난 사냥꾼으로 돌변한다. 토끼를 잡아먹는 들고양이.
제이크 버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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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생명]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등을 쓰다듬으면 가르랑거리는 보송보송한 털 뭉치 같은 고양이에게서 킬러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공중의 장난감을 향해 점프하거나, 길을 잃은 나방을 낚아채기 위해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 때 고양이는 영락없는 야생의 포식자이다. 고양이는 밤눈이 사람보다 6배나 좋고 청각은 포유류 가운데 최상위에 속한다. 냄새도 개보다는 못해도 사람보다 월등하게 잘 맡는다. 여기에 유연성과 순발력,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갖추었다. 주인과 잘 놀기 위한 능력이 아님은 분명하다. 믿기지 않겠지만, 고양이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키는 외래동물 100종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엔 전체 조류 종의 14%에 해당하는 섬의 새 33종을 쥐와 돼지 등 다른 가축과 함께 멸종으로 이끈 전력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는 고양이가 생태계에 끼치는 위해성이 높다고 보아 뉴트리아와 함께 생태계 위해성 2등급으로 분류한다. 또 야생화한 고양이를 가리키는 들고양이를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서 ‘유해 조수’로 분류해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야생 동식물 보호법에서도 고양이를 유일한 ‘관리동물’로 지정해 해마다 국립공원에서 수십~수백 마리를 잡아내고 있다. 사실 사람이 만든 환경은 수많은 야생동물을 죽음으로 이끈다.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그렇지 해마다 창문이나 자동차와 충돌하거나 농약에 중독돼 죽는 야생동물의 수는 천문학적일 것이다. 고양이의 숨겨진 야성의 희생물쯤은 비할 바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연구진은 놀라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미국 본토에서만 해마다 고양이에게 죽임을 당하는 새는 14억~37억마리, 포유류는 69억~207억마리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기존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다른 어떤 인위적인 요인보다도 고양이가 야생동물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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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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