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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청담동 이리온동물병원에서 전찬한 이사가 오른손에 간식, 왼손에 클리커를 들고 그의 개 ‘필립’(갈색 토이푸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클리커는 ‘딸깍’ 소리를 내는 간단한 도구로, 개가 잘했다는 신호를 간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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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강아지 예절교육 현장
딸깍! 말썽꾸러기 개야, 개과천선해다오
▶ 강아지에게도 예절교육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고 이웃 개들과도 만나야 하니까요. 사람도 그렇듯 강아지도 말썽꾸러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고쳐지지 않을 때 시골의 ‘반려견 훈련소’에 입소시키기도 합니다. 개과천선해서 돌아오기도 하지만 주눅 들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강아지 예절교육의 대세는 스파르타식보다는 아테네식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강아지와 대화의 창을 여는 클리커를 소개합니다.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목 조이는 ‘초크체인’과
귀 자극하는 ‘트레이닝 디스크’
개는 괴롭고 교육효과도 짧아 채찍보다 당근요법이 바람직
사람의 지시를 잘 따랐을 때
‘클리커’를 눌러서 딸깍 신호음
동시에 간식으로 보상해주기
그것을 반복훈련 하다 보면
개는 절로 착한 행동을 깨친다 말썽꾸러기 강아지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으르렁대 이웃을 놀라게 한다. 산책을 나가도 말썽이다. 다른 강아지는 낯선 사람을 반갑게 맞고 이웃 개와도 인사를 주고받는데, 말썽꾸러기 강아지는 멍멍 짖거나 뒤로 숨는다. 왜일까? 예절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도 ‘사회적 존재’다. 적절한 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 먼저 집안 가족과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밖에서는 자신을 쓰다듬는 낯선 사람을 대해야 하고,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다른 개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집안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방안퉁수’ 개는 밖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예절교육은 기본 지시를 따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름에 반응하기’ ‘앉기’ ‘엎드리기’ ‘기다리기’ 등이다. 개에게 재주를 부리라는 게 아니다. 필요할 때 개를 부르고 딴짓을 할 때 주의를 집중시키는 용도다. 개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 능력인 셈이다. 이런 교육은 집에서 약간의 간식을 주면서 가능하다. 헤어드라이기를 켰을 때,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대형견이나 모자 쓴 사람을 만났을 때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놀라지 않고 적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가장 좋은 시기는 태어난 지 3주 뒤부터 12주까지다. 6개월이 넘으면 호기심이 줄어들어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개를 길들이는 도구로 ‘초크체인’이 유행하고 있다. ‘5분 만에 착한 강아지 만들기’라는 광고로 인터넷쇼핑몰에서 팔리기도 한다. 초크체인은 금속성의 목조임 기구다. 개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람이 초크체인을 잡아당기면 개는 목에 짧은 질식감을 느끼면서 행동을 멈추게 된다. 트레이닝 디스크라는 것도 있다. 개가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경우 트레이닝 디스크를 던지면 ‘쨍그랑’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청각에 민감한 개에게 충격을 일으켜 문제 행동을 방지한다. 자주 짖는 개에게는 짖음 방지 목걸이도 사용된다. 전기자극기, 스프레이 등을 개에 목에 매다는 방식인데, 개가 짖을 때 미세한 전류가 흐르거나 불쾌한 향기가 나서 짖는 것을 막는다. 이들 도구는 심리적 기제 가운데 ‘부정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에 기대어 있다. 개에게 불쾌한 결과를 회피하게 함으로써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원리다. 부정적 강화 교육의 대명사는 단연 초크체인이다. 끔찍한 고통을 떠올리면서 개는 점점 그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잘못 사용하면 목 기관에 손상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 합숙훈련소의 ‘복종 교육’ 때 사용되고 있다. 초크체인 반대론도 나오고 있다. 공포와 고통을 야기한다는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교육 효과 또한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제견’들이 훈련소에 입소해 적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이상 훈련을 받고 돌아오지만 얼마 되지 않아 말썽을 피우곤 한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에게 받은 교육은 정작 집에 돌아와서는 응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크체인이 부정적 강화에 기대어 있다면, ‘클리커’는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도구다. 사람이 손에 쥐고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는 간단한 도구다. 서울 청담동 이리온동물병원에서 동물 예절교육을 담당하는 전찬한 교육이사도 약 20년 전부터 클리커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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