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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마리 정도 무리지어 다니는 상괭이는 몸길이가 1.5~2m까지 자라는 ‘작은 돌고래’다. 등지느러미가 없고 몸 옆에 붙은 지느러미는 달걀 모양이다. 새끼 때는 몸의 색이 흙색이지만 자라면서 흑갈색으로 변하고 회백색이 된다. 위키미디어 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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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 여수 앞바다의 상괭이
▶ ‘상괭이’라고 하니, 누가 ‘살쾡이(삵)’냐고 물었습니다. 또 누구는 ‘돌고래 새끼’라고 불렀습니다. 상괭이는 크기가 작은 돌고래의 한 종류입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이 정하는 부속서 1급에 속하는 보호종이지요. 이렇게 귀한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가 서해와 남해 연안입니다. 전남 여수 바다에서 상괭이를 보고 왔습니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여수 바다에서 2년 동안 500마리 넘는 상괭이를 관찰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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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여수 동남쪽 25㎞ 금오도와 월호도, 개도 사이에서 상괭이 2마리를 보았다. 고무타이어 같은 상괭이의 몸이 찰나의 순간 물 위를 지나갔다. 여수/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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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상괭이는 조용히 헤엄쳐요”
3만6000마리 사는 서해는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다 아시아 연안에만 분포하는
멸종 위기 보호종이지만
지난해 2189마리 혼획돼
부산 아쿠아리움에 전시된
상괭이 2마리는 방류 기다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가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5년 서해에 사는 상괭이 수를 3만6000마리로 추정했다. 일본 규슈 연안에 사는 걸로 추정되는 개체수가 3000마리, 홍콩 연안의 상괭이가 200여마리인 것과 비교해 보면 훨씬 많은 수다. 국내에서 아직 상괭이에 대한 연구는 깊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해안 상괭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박겸준 박사가 12일 설명했다. “우리 바다가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인데 잘 알려지지 않았죠. 한·중·일 말고는 상괭이에 대한 연구가 없어요. 우리도 남해안 상괭이나 상괭이 이동경로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고요.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사계절 내내 상괭이가 관찰되고 있어 계절적으로 상괭이들이 이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정도예요.” 상괭이는 어민들에게는 ‘친숙한’ 존재였다. 조선시대 정약전의 책 <자산어보>에서도 ‘상광어’라고 상괭이를 소개해두었다. 지역에 따라 상괭이는 ‘상쾡이’, ‘쇠물돼지’, ‘시욱지’, 돌고래라는 이름의 ‘곱시기’로도 불렸다. 지난달 30일 여수 금오도 함구미 마을 입구에서 어구를 손질하던 주민 나상갑(76)씨는 사진을 보고 바로 상괭이를 알아차렸다. 여수 쪽 바다를 가리키며 나씨가 말했다. 그는 ‘상쾡이’라고 불렀다. “요리로도 가고 저리로도 가고 수없이 봤어. 어쩌다 물에 밀려서 죽은 게 떠밀려 와. 70년대 유자 농사 짓는데 나무 아래 두면 이게 기름이 나온단 말이야. 거름이 되니까 과실이 굵은 게 맺혀. 지금은 상괭이가 많이 줄었어. 사람한테는 피해 안 줘. 이게 지나가면 물고기가 도망가서 그렇지. 어민들이 피해 보는 건 없어.” 연안을 헤엄치는 상괭이에게 가장 큰 위협은 다른 고래와 마찬가지로 혼획(그물에 걸림)이다. 지난해 혼획된 상괭이만 2189마리. 매년 2000여마리의 상괭이가 그물에 걸린다. 고래류 중 상괭이의 혼획량이 가장 많다.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58차 국제포경위원회(IWC) 과학위원회에서 펴낸 연례회의 보고서를 보면 외국의 과학자들은 한국 바다에 사는 상괭이의 혼획량이 많은 것을 염려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다음 회의까지 상괭이의 혼획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원회에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부산 아쿠아리움 전시장엔 정치망에 걸렸다가 구조된 2마리의 상괭이가 있다. ‘동백’, ‘바다’(수컷·4살 추정)라는 이름의 상괭이 2마리인데, 지난 2월 거제 이수도의 한 정치망에 걸렸다가 어민의 신고로 구조돼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부산 아쿠아리움이 방류한 상괭이 ‘누리’와 ‘마루’처럼 동백과 바다도 바다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과학위원회는 우리 바다에 사는 상괭이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는 것으로 한 가지를 더 지적했다. 2011년 2~4월 상괭이 249마리가 새만금호에서 집단폐사한 사건이 있었다. 호수 안으로 들어가는 바닷물을 따라 1만1800㏊ 크기의 새만금호 안에 들어온 상괭이들이 수면이 얼어붙자 숨을 쉬러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해 질식사한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 1년, 지난해 상괭이는 새만금호를 찾아오지 않았다. 한 해가 더 지나자 상괭이가 새만금호에 돌아온 것이 확인됐다. 올겨울 상괭이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새만금호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환경관리팀 김상진 계장이 설명했다. “2015년에 새만금호의 담수화 여부를 결정해요. 담수화하기로 하면 호수 안에 사는 상괭이들은 포획해서 바다로 내보내야겠죠.” “2015년까지 겨울마다 호수의 물이 얼면 어떡하나요?” “상괭이가 주로 발견되는 곳이 군산 신시도 배수갑문과 가력도 배수갑문 근처예요. 바닷물과 담수의 경계 지점인데 수심이 깊은 곳이라 그쪽은 사실 물이 잘 얼지 않아요. 그래도 호수의 물이 얼지 않도록 배를 타고 들어가 호수의 얼음을 깨뜨리는 방법을 고려중입니다.” 여수/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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