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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유기견들을 구경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반려동물입양센터는 서울시가 2012년 10월 지자체 중 처음으로 만든 유기동물 입양센터다. 이 센터는 공원 입구에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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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유기동물 입양센터를 찾아
▶ 한 해에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15만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의 보호소에는 철창 안에 갇힌 개들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죠. 아무도 찾지 않고 열흘이 지나면 이들은 죽음을 맞습니다. 반려동물이 산책하기 좋은 봄날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혹시 반려동물을 구할 계획이 있다면 입양을 고려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중심부에 위치한 해밀턴호텔에서 서쪽으로 500여미터를 걸어가면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과 삼거리가 나온다. 이 교차로의 인도 한편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그 앞에 작은 공터가 있다.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 다음 카페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이하 유행사) 회원들이 ‘반려동물 입양 캠페인’을 연다. 카페 유행사의 운영진 김화실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여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의 입양자를 찾아주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여러 곳이다. 그중에서 유행사의 남다른 점은 온라인 카페에서 유기동물의 사진과 특징을 확인한 뒤 직접 만나 교감하고서 입양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유행사는 2011년 8월부터 지금까지 유기견 1800여마리를 입양시켰다.
지난 22일 이곳에서는 카페 운영진과 봉사자 십여명이 유기견을 돌보고 있었다. 종종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양을 신청한 사람을 상담하기도 하고, 봉사자들이 유기견들과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유혜리(17)양은 “여기서 봉사를 한 지는 1년 정도 됐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 모두 입양한 아이들이다. 평소에는 활발하지만 버려진 기억이 있어서인지 산책 나갈 때 주저한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은 한번 버려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입양자를 선정할 때도 심혈을 기울인다. 유기동물은 한번 버려졌기에
입양자 선정에도 심혈 기울여
다음 카페 ‘유행사’ 면접 보고
구호동물입양센터는 후기 요구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서울시는
‘반려동물입양센터’ 열어
상담과 교육부터 받게 한다
“임시보호소·안락사 대신
좋은 입양자 만나 잘 살길”
유행사를 통해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카페에 가입해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운영진이 자기소개를 보고 ‘정회원’으로 등급을 올려주면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동물의 사진과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동물들은 용산구에서 발견된 유기동물로 유행사와 협력하는 관내 동물병원 16곳에서 머물고 있다. 마음에 드는 동물이 있으면 신청을 하고, 토요일에 캠페인 현장에 가서 직접 만날 수 있다. 입양을 결정하고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면 30분~1시간에 걸쳐 면접을 받는다. 혼자 살거나, 가족이 동의하지 않거나, 군대에 아직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입양할 수 없다. 카페 운영진은 바로 동거인들에게 연락해 승낙 여부를 확인한다. 인터뷰를 통과하면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을 치르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용은 수컷 12만원, 암컷 22만원이다. 입양한다고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입양 이후 석달간 동물은 카페 운영진과 입양자의 공동 소유이고, 이를 신청서에 명시해뒀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입양자는 카페 운영진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반려동물의 적응 여부를 전해야 한다. 이렇게 전한 소식이 쌓여 현재 카페에는 ‘입양 후 모습’ 게시판에 올려진 글과 사진이 2000개가 넘는다. 3년 전 유행사를 조직한 김화실씨는 “유기견의 입장에서 보면 임시보호소에 있거나 안락사가 되는 상황 모두 안 좋다. 좋은 입양자를 찾아 한 마리라도 더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역에서 퇴계로를 따라 동쪽으로 걷다 보면 왼편에 인쇄소 골목이 있고, 큰 길가로 애견숍들이 늘어서 있다. 걷다 보면 자연스레 눈길이 갈 정도로 작은 강아지들이 쇼윈도에 ‘진열’돼 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애견숍이 끝나는 지점에 퇴계로5가 교차로가 있다. 사거리 한편에 노란색 건물과 그 위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쓰인 빨간 글씨가 보인다. 이곳이 동물사랑실천협회가 2012년 7월에 설립한 구호동물입양센터다. 입양센터가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가 있다. 정다운 간사는 “반려동물을 사려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유기동물의 입양을 한번쯤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의 이름은 ‘유기’동물이 아닌 ‘구호’동물입양센터다. 정 간사는 “신고된 유기동물만이 아니라 학대를 받거나 위기 상황의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구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기자가 센터의 문을 열자 유기견 14마리가 뛰고 짖으며 반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하게 반긴 암컷 푸들 ‘수양’이 앞으로 다가갔다. 유리벽 사이로 마주한 수양이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한발짝 물러서서 사람 눈을 피한 채로 옆을 바라보며 앉았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수양이는 가끔 곁눈질로 사람의 행동을 살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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