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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30 21:18 수정 : 2012.04.18 11:39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생 서은이를 찾는 예은이.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엄마의 첫사랑 예은씨에게.

눈치챘니? 오늘 아침에도 엄마는 새벽녘 깨서 칭얼대는 두 달 된 네 동생 서은이를 달래 재운 뒤, 네 방으로 건너와 네 옆자리에 몸을 뉘었단다. 잘 자고 있던 너는, 어떻게 알았는지 뒤척이며 내 옆으로 다가와 이내 내 팔을 끌어안고 다시금 곤한 잠에 빠져들더구나. 그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어찌나 짠한지, 엄마는 한참 동안 곤히 잠든 네 얼굴을 쳐다봤단다.

얼마 전이었을 거야. 오후에 <토이 스토리> 디브이디(DVD)를 보던 너는 주인공 우디가 장난감 주인인 앤디에게 새로운 친구 버즈가 생긴 뒤 안절부절못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펑펑 눈물을 터뜨렸지. 동생이 생긴 뒤 엄마의 사랑을 뺏겼다고 우디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걸까.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내 동생, 내 동생”부터 찾길래, 이제 동생과의 생활에 적응했구나 여겼는데 ‘어린 네 맘을 부족한 엄마가 제대로 토닥여주지 못한 건 아닐까’ 엄마는 가슴이 철렁했어.

동생이 태어나기 전엔 혼자서도 잘 놀고 순하던 네가 툭하면 떼를 쓰고 짜증을 부린다고 혼부터 낸 것 같아서 찔리더라고. 너도 고작 3살인데, 동생이 생겼다고 엄마가 갑자기 널 어른처럼 대한 건 아니었나 반성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우리 큰딸 예은이에게 엄마의 첫사랑 감정이 변함없다는 걸 알려줄 수 있을까.

그런데 예은아. 엄마도 초보라 처음 겪는 네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울고 싶었다는 걸 아니? 솔직히, 서은이가 엄마·아빠의 ‘계획’대로 온 건 아니었거든. 이젠 너도 제법 컸으니 엄마도 세상으로 나가 ‘누구 엄마’가 아닌 박지나로 꿈을 펼치고 싶다고 계획을 세우던 참이라, 엄마도 한동안은 많이 힘이 들었어. 아직은 어린 네가 이해하기 힘든 감정일 거야.

그렇지만 요새 엄마는 ‘잃은 게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는 말을 생각해. 아니 얻은 게 더 많지. 엄마는 좀더 오래 전업주부 생활을 하게 됐지만, 요즘 너희들 덕분에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을 느끼고 있거든. 그러니 예은아, 지금 당장은 엄마·아빠의 사랑을 빼앗기는 것 같아도, 동생이 있어 든든하고 좋다는 걸 느낄 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주렴. 티격태격 싸우다 보면 동생이 늘 예쁘지만은 않겠지만, 엄마가 세상 살아보니 함께하는 형제자매가 있다는 게 그렇게 힘이 될 수가 없더라. 네가 서은이에게, 또 서은이가 네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 물론, 엄마도 너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줄게. 듬뿍.

초보 엄마 박지나

▶‘가족관계증명서’는 독자들의 사연으로 채우는 코너입니다.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 속 얘기를 추억이 담긴 사진과 함께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는 서울랜드에서 빅5 이용권(4인가족)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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