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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달팽이집 1·2호의 식구들. 가운데 웃고 있는 이가 임소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경영지원팀장이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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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인터뷰 ; 가족
달팽이집 유사가족에게 생긴 일
▶ 생애 처음 만난 사람들이, 청년 주거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며 한데 모여 살게 됐습니다. 자잘한 문제들이 이루 다 말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들은 슬기롭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나갑니다. 혈연의 가족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인터뷰; 가족’은 독자 여러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명과 익명 기고 모두 환영합니다. 보내실 곳 gajok@hani.co.kr. 200자 원고지 기준 20장 안팎.
‘달팽이집’.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 주거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주택협동조합을 설립해 직접 공급하고 운영하는 집이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달팽이집 1호와 2호에 17명이, 성북구 동선동 3호집에 13명이 살고 있다. 은평구 신사동 4호집엔 조만간 12명이 살게 된다. 이들은 두어 명씩 짝을 이뤄 한방에서 생활하고 주방이나 거실 등을 공용으로 쓴다.
내가 1호집에 입주한 건 2014년 8월. 입주 예정자 한 명에게 갑작스런 사정이 생겼고, 달팽이집을 잘 운영하려면 나 역시 ‘함께 사는 것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는 취지에서 내가 추가 입주자로 결정됐다. 그렇게 시작한 달팽이집에서 운영자와 입주자 사이를 오가며 2년을 살고 있다.
‘함께 산다’는 것은 매우 가치 있고 좋은 말이다. 그러나 ‘함께 생활해야 한다’로 다시 적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서로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어렵거나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두려움을 갖는다. 문제는 대부분 작은 것들이다. 사소하거나 혹은 치사해 보일까 싶어 상대에게 말하지 않는 것들. 그러기에 반복되고, 감정을 품게 되고,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관계 사이에 놓인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달팽이집에서 살며 내가 체득한 것은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달팽이집에서는 집을 나가길 원하는 입주자에게 문제가 무엇인지 들어본 뒤 함께 시간을 두고 해결해보자고 제안한다.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주거문제연구소’라 이름 지은 ‘달팽이집 갈등관리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연구소는 회의나 생활실험 형식으로 이뤄진다. 지목된 입주자들은 회의와 실험에 적극 참여한다.
청년주거문제 대안 제시하는주택협동조합 ‘달팽이집’
여럿이 살다 보니 불편도 많다
함께 모여 해결책을 궁리한다 코를 고는 룸메이트 언니
상대방은 매일 거실서 잔다
귀가 너무 예민한 걸까?
룸메이트를 바꿔보기로 한다 주거문제연구소 제안 달팽이 ㄱ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나 아니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달팽이 ㄱ 집을 나가야 할 것 같아요. 한 달 동안 계속 고민했어요. 함께 방을 쓰는 룸메이트 언니가 코를 좀 골아요.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실은 한 달 가까이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어요. 룸메이트 언니도 좋고 함께 사는 사람들 다 너무 편하고 좋긴 한데, 잠을 잘 못 자니까…. 낮 생활에도 영향을 받더라고요. 더는 어렵겠구나 싶어서요. 나 흠, 그럼 혹시 이 문제를 입주자들 모두와 함께 이야기해보면 어때요? 물론 ㄱ이 나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 문제만 빼면 이 집이나 사람들은 좋다면서요. 문제를 잘 해결해서 함께 더 오래 사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어요? 우린 뭔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달팽이집에 모인 거니까, 이 문제도 함께 해결해보면 어때요? 달팽이 ㄱ 이거 공론화하면 룸메이트 언니가 부끄러워할 수도 있는데…. 그래요, 그럼! 입주자 중에 남자는 제외하고, 여자들만 모여봐요. 입주자들에게 상황 설명과 공지는 제가 할게요. 상황을 공유한 뒤 열린 1차 주거문제연구소 달팽이 ㄱ 전 이 집이 정말 좋아요. 집도 사람도. 그리고 이런 시도도 좋아요. 그런데 룸메이트와 잠자는 환경이 조금 불편해서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해요. 먼저 룸메이트 언니가 많이 당황했을 텐데… 같이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근데 진짜 전 오래 같이 살고 싶거든요! 코골이 달팽이 미안, 나도 상황을 몰랐네. 내가 코 고는 줄은 알았지 그 소리가 커서 힘든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어. 게다가 거실에서 거의 한 달을 잤다니…. 왜 눈치조차 못 챘는지 그게 정말 미안해. 달팽이 ㄴ, ㄷ 같이 살던 우리도 몰랐는데요, 뭐. 미안. ㄱ이 늦게 자고 일찍 나가는 줄만 알았지 거기서 잤을 줄이야. 피곤해 보일 때 한 번 더 물어보기라도 할걸 그랬어요. 우리도 적극 참여할게요! 달팽이 ㄹ 어떻게 보면 이 문제 말고도 더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다음 문제 상황도 집단으로 잘 해결해보면 좋겠다 싶네. 달팽이 ㅁ 맞아. 둘 사이 문제 말고도 이 집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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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의 관리자 ‘소셜하우징매니저(소하매)의 정신’을 적어놓은 일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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