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르포
강재훈 선임기자가 기록한 시골학교
▶ 이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뛰지 말아야 한다거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달려야 한다는 등의 규칙이 없습니다. 규제와 통제의 조항들은 사문화됐고, 서로에 대한 앎과 이해와 배려가 규칙을 녹였습니다. 땡볕에서 총검술과 열병을 배우고 강제로 머리가 깎이던 과거의 학교와도 다르고 점수와 경쟁에 파묻힌 지금의 학교와도 다릅니다. 내년에는 어떤 학교에서 살고 싶습니까? 세밑을 맞아 전국의 분교를 찾아다니며 기록해온 강재훈 선임기자가 두 학교의 풍경을 전합니다.
소나무숲을 지난 바람은 솔향이 나고 두엄 더미를 지나온 바람은 구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소나무숲에서는 그냥 편히 누워 솔향 가득한 바람을 느끼면 되지만 구린내가 나는 두엄 더미는 얼른 피하거나 치워야 한다.
2015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 본다. 자꾸만 국민을 옥죄는 법을 만들고 적용하려는 정부, 대기업과 기득권 세력을 제외한 노동자·농민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정부. 무언가를 자꾸 속이고 감추는 정부. 송년은 고사하고 작금의 현실이 참 답답하여 견디기가 힘들다.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지만 집회·결사의 자유마저 허가받으라 한다. 오죽하면 <교수신문>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混庸無道)를 선정했을까 싶다. ‘혼용’은 흔히 사리에 어두우며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지칭하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일컫고, 무도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한 말로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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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그치고 햇빛이 속리산에 내려앉은 지난해 10월23일 운동장에 선 삼가분교 여덟 아이들. 광석(왼쪽부터), 찬우, 민찬, 민주, 준혁, 석진, 은혜, 현경. 전교생 11명인 분교에서 6학년 4명이 수학여행을 떠나고 학생 7명과 동네 여섯살 꼬맹이 민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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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동자를 가운데 모으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삼가분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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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을 보이며 옆구르기를 하고 있는 삼가분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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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 달려야 하는 법이 없다
감자전 부쳐서 선생님 주는
하하호호 신나는 사회 농어촌 마을의 실핏줄로
거듭난 활력 넘치는 분교처럼
미움, 불신, 통제 내려놓는
2016년 한해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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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삼가분교 교실. 3학년 이준혁(왼쪽)과 2학년 최석진이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니, 듣는 척만 할지도. 듣는 척, 실은 오후에 뭘 하고 놀아야 재밌을지 상상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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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이가 담임선생님에게 감자전을 먹여주고 있다.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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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묘량면 운당리 묘량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폴짝, 두 손을 하늘 위로 올리고 뛰어내리려는 여자아이. 하늘로 솟구친 머리카락이 떨어지기 직전이다.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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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량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달리는 소년 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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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을 한 묘량중앙초등학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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