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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4대강 사업으로 세워진 낙동강의 합천창녕보 일대도 녹조에 뒤덮였다. 소수력발전소 인근 지천의 물 흐름이 정체돼 녹조가 피면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됐다. 남조류가 번성하면 수중 산소가 줄어들면서 수생태계도 위협받는다. 장하나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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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낙동강 녹조, 정부 거짓말
‘녹조 현상과 4대강 사업은 관련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공무원들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대통령의 한마디는 ‘집안 단속’ 효과가 큽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방사성 물질이 국내에 올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발언 그리고 지난 6월 “(4대강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발언 뒤에 펼쳐진 모습이 지금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미리 결론을 내릴 경우 과학적 객관성은 지탱하기 힘들어집니다. 정치적 언사가 과학을 짓누르게 되는 것이죠.
낙동강 8개 보가 물길 막아유속 느려지고 수온 상승
남조류 번성에 부채질한 꼴 “날은 덥고 비가 안와서…”
천재지변 몰고 가는 정부
작년 4대강 사업 보고서엔
“보 설치땐 부영양화 우려”
방재 대책까지 내놔 지난달 30일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앞에서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한겨레>에 의해 처음 발견된 낙동강 중류의 녹조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북상하고 있다. 10일 녹조 현상을 이루는 남조류 세포 수는 낙동강 중류인 강정고령보·달성보·구미보에서 3만~5만개로, 조류예보제상 ‘조류 경보’ 수준의 최대 10배 가까이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녹조는) 기후 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하늘에 화살을 돌렸다. 반면 환경단체는 9일 이 대통령에게 ‘녹조수 발명상’을 수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낙동강 녹조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누가 옳을까? ‘조류 경보’ 수준의 최대 10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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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주변에 생긴 녹조 상황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앞)이 조사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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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남조류를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희석 방류’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안동·남강 댐의 오염되지 않은 물을 흘려보내고 8개 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함으로써 녹조 현상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원래 정부는 4대강 사업 계획서인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 유역별로 기상·기후를 관측해 보와 댐 운영에 연계하는 선진국형 ‘수문기상 시스템’(수문기상 시나리오)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같으면 기상청이 유역별로 강수량과 일사량 그리고 유량과 증발산량 등을 예보하면, 국토해양부는 이에 따라 댐·보의 수문 개폐를 조정함으로써 조류 발생을 억제하게 된다. 환경부도 이 자료를 토대로 조류 발생 등 수질을 예보할 수 있다. 많은 비가 예상돼 홍수가 우려될 때에도 이 시스템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장하나 의원이 확인한 결과, 수문기상 시스템 개발 사업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스템의 일부인 기상청의 ‘수문기상예측정보’ 사업도 예산을 받지 못해 중단 위기를 겪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9일 “지난해와 올해 두번이나 예산 30억원을 신청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반려됐다”며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지원 사업으로 예산을 받아 국립지리원, 소방방재청과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이 표류하면서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등은 일단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를 방어하는 보 운영과 독성물질 발생 예측이 없는 반쪽짜리 시스템으로 전락한 것이다. 환경부 내외부에선 ‘사고는 국토부가 치고 설거지는 환경부가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수질의 핵심 변수인 보 운영권은 국토부가 가지고 있어서 환경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강의 경우 10일 충주댐과 남한강 3개 보의 방류를 결정했다. 김좌관 교수는 “(희석 방류를 하려면) 왜 녹조가 낀 북한강 먼저 하지 않는가”라며 “3개 보가 새로 들어선 남한강마저 녹조가 피면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낙동강의 경우 안동댐의 물이 방류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주일 전부터 요청하고 있지만 국토부 쪽에서 가뭄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며 “13일 수자원공사, 지방자치단체 등이 모인 협의체에서 다시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장하나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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