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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달 29일 서울시 송파구에서 급가속 사고를 낸 3318번 버스의 ‘디지털 운행기록계’ 동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화면을 보면 1차 추돌 이후 운전자가 입을 앙다물고 핸들을 조작하며 사고를 회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송파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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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송파 버스 사고 미스터리
▶ 지난달 19일 송파에서 버스 급가속 사건이 벌어진 지 16일째입니다. 사고의 진실은 1차 추돌부터 2차 추돌 사이 ‘마의 1분’에 있습니다. 1분여에 버스는 시속 20㎞/h에서 78㎞/h로 치닫습니다. 버스 기사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일까요? 경력 20년의 베테랑 운전기사는 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까요? 대중들이 의심하듯 급발진이 벌어진 걸까요? 아직 해명되지 않은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송파 버스 추돌 사고’에 대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의 중간 결론은 ‘1차 추돌은 졸음운전이고 2차 추돌 원인은 여전히 조사중’이라는 취지로 요약된다. 경찰은 사고 버스 ‘디지털 운행기록계’에 기록된 동영상 일부도 공개했다. 경찰은 아직 조사중이라면서도 버스 운전자 염아무개(60)씨가 사고 3일 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그 뒤에도 개인적 이유로 동료와 근무시간을 바꾸는 등 사고 당일 휴식시간을 포함해 모두 18시간 동안 근무한 사실을 도드라지게 제시했다. 운전자 과실 쪽에 무게를 둔다는 인상이다. 염씨 유족은 이를 경찰에 항의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연식이 다른 동일 모델 버스가 인천에서 유사한 급가속 사고를 일으켰다. 21일 저녁 7시께 인천 서구 모래방죽사거리에서 28-1번 시내버스가 인도 분리대와 신호대기 중인 다른 버스를 차례로 들이받았다. 버스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급발진이냐 아니냐에 쏠린다. 급발진은 뜨거운 주제다. 음모론을 낳기에 좋은 요소를 다 갖췄다. 우선 자동차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자동차업체는 공식적으로 급발진 현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2012년 국토해양부가 ‘급발진 추정사고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조사하기까지 했지만 결국 입증하지 못했다. 정황은 충분히 의심스럽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도 송파 버스 사고 조사를 돕기로 했다. 앞으로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다음과 같은 핵심 쟁점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졸음이 1차 사고 불렀다는데
1차 추돌부터 2차 추돌까지 1분
영상 속 운전자는 입 앙다물어
20년차 기사 사고 회피 노력에
차량 결함 조사 필요성 제기돼
급발진은 2012년에도 핫 이슈
의심과 입증 사이의 간극 컸다
대중은 의심하는데 입증 안되고
제조업체는 급발진 현상 부정
경찰·국토부 협업에 시선집중
“섣불리 졸음운전으로 결론내지 말라” ‘1차 추돌과 2차 추돌 사이의 약 1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운전자가 당일 18시간 근무를 하며 극도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해 1차 사고가 발생했고, 2차 사고는 운전자 과실과 차량 결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망한 운전자 염씨가 졸음운전을 한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염씨가 사고 당일 밤 9시55분께 강동차고지를 출발해 27차례 정도 졸음 징후를 보인 점, 밤 11시38분께 조는 바람에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10초 정도 늦게 출발한 장면 등이다. 경찰은 당시 브리핑에서 “운전자가 서행을 하다가 1차 사고 전인 밤 11시42분35초에 브레이크를 밟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디지털 운행기록계’ 자료를 보면, 밤 11시42분23초(운전석 영상 기준)에 8초간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 외에는 1차 사고와 2차 사고 사이에 브레이크를 작동한 기록이 없다. 경찰 설명대로 염씨가 졸음운전으로 1차 사고를 냈더라도 ‘1차 추돌~2차 추돌’ 사이에 벌어진 급가속은 설명되지 않는다. 경찰이 29일 공개한 운행기록계 동영상을 보면, 송파상운 소속 3318번 버스는 지난달 19일 밤 11시42분께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택시 3대를 들이받는 1차 추돌 사고를 냈다. 버스는 현대자동차의 ‘뉴슈퍼에어로시티 초저상 SE’ 2013년식이었다. 사고 당시 속도는 시속 약 20㎞였다. 동영상을 보면, 염씨는 1차 추돌사고 뒤 입을 앙다물고 팔에 힘을 주며 버스를 제어하려 안간힘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충돌을 피하려 차선을 바꾸고 수시로 백미러를 봤다. 버스는 갑자기 빨라졌고 석촌호수를 지나 잠실역에서 우회전한 뒤 43분께 송파구청 사거리 앞에서 다른 버스를 들이받고 멈췄다. 경찰의 동영상을 보면, 염씨는 영상이 끊긴 43분께까지 긴장한 듯 입을 앙다문 채 수시로 차선을 바꾸고 핸들을 조작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마지막 충돌 장면은 기록되지 않았다. 운전석 쪽에 달려 있는 운행기록계가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그 뒤 기록이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동료 기사들도 섣불리 졸음운전으로 결론내지 말라고 주장한다. 전국 버스기사들의 노조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조) 강병도 사무처장은 지난 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그걸(동영상) 보면 기사분이 졸음운전 하신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1차 사고 이후에 2차 사고까지 경찰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 1분 정도 시간이 있다. 1분 정도 시간에 운전기사가 버스를 제어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인 것은 거기에 탄 승객들 증언에 의해서도 알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 사무처장은 “경찰은 중간발표에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운전자의 과실과 졸음운전으로 사고 원인을 결론내리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지난주부터 차체의 결함과 급발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경찰이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고 과실 쪽으로만 몰아가는 것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염씨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버스를 운행해온 경력자다. 경찰 주장대로 과로로 인지능력이 떨어졌어도 베테랑 버스 운전기사가 1분 넘게 액셀을 밟는 행위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게 자동차노조 주장이다. 수사 주체인 송파경찰서 교통과에 ‘급발진 의혹’ 등에 대해 물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기다린다는 원론적 답변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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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공개한 3318번 버스의 ‘디지털 운행기록계’ 동영상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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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난 3318번 버스는 현재 경기도 광주시의 한 공업사에 놓여 있다.(맨 위 작은 사진) 경찰은 크게 파손된 앞부분을 천막으로 감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수시로 버스 몸체를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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