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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서울병원의 소유자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공익재단으로서 돈벌이 의료 추구에서 벗어나 의료공공성 강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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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삼성서울병원과 메르스
▶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이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이 바이러스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1980~90년대를 거치며 빅5(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의 독과점 체제가 안착됐고, 앞으로 영리병원 등이 허용되면 의료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한국 근현대 의학사를 연구하는 황상익 서울대 교수가 삼성서울병원의 위기를 한국의 의료체제 변화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장면 1 6월11일 오전 ‘국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장
메르스 확산의 ‘2차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우리 병원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에 출석한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이 “삼성서울병원이 애초에 (감염 확산을) 막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는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추궁에 정부의 ‘병원 이름 미공개’ 방침으로 충분한 정보가 없어 대응할 수 없었다며 국가책임론을 내세운 것이다. 메르스 사태 초기, 정부가 병원들과도 감염 경로와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탓이라는 것이다.(<한겨레> 6월12일치)
감염내과 과장의 답변에 대해,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삼성병원 또는 삼성그룹의 위세를 과시한 것이라는 힐난이 많았지만, 그보다는 감염병 전문가로서의 견해 내지는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납작 엎드려 적당히 사과함으로써 난처한 처지를 모면하려는 낯익은 장면들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다. 그 회의는 메르스 확산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여 책임 소재를 가리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였으나 성토와 질책에 가려 진지한 토론이 크게 부족했음은 매우 아쉽다. 그 뒤 삼성병원이 철저하게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인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장면 2 6월17일 오후 충북 오송의 국립보건연구원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입을 꾹 다문 채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연신 고개를 숙입니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불려와 사실상 ‘질책’을 받은 겁니다. 박 대통령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확실한 방역을 강조했습니다. “하여튼 투명하게 공개해서 빨리 알리면, 모르면 대책이 안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빨리 잘 알리고, 전부 이렇게 해가지고 종식으로 들어가도록 책임지고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의 질책에 송 원장은 죄송하다고 답했습니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대통령님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티브이조선> 6월18일)
삼성서울병원의 커밍아웃
조선시대 왕실 주치의인 어의(御醫)들은 진료하던 국왕, 왕비의 상태가 나빠지면 처벌을 받곤 했다. <동의보감>을 펴낸 허준도 선조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 하여 나이 일흔에 1년8개월 동안 평안도 의주로 귀양을 갔다. 하지만 역병(전염병) 관리에 실패했다 하여 의사를 문책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국왕이 자신의 ‘부덕’(不德)을 자책하거나 역병 발생 지역 주민들에게 구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관리들을 처벌하는 것이 상례였다.
봉건시대의 왕권국가가 아닌 현대 민주국가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누구든지 그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메르스 방역 실패에는 분명히 삼성병원의 책임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정부의 책임은 그 이상이다. 삼성병원의 감염내과 과장이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삼성병원장이 정부의 최고책임자에게 머리를 조아릴 일이 결코 아니었다. 사과할 대상을 잘못 찾았거니와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연 삼성병원장의 그러한 행동이 스스로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을까?
송재훈 원장의 ‘진사’가 있은 바로 다음날인 6월18일,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때문에 부분 폐쇄된 삼성서울병원 재진 환자들에게 전화진료와 처방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삼성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간절히 바랐고, 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반대해온, 법이 금지한 ‘원격진료’를 삼성병원에만 허용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즉시 “메르스 확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서울병원이 원격의료 도입을 요청한 것이나, 이를 허용한 보건복지부 모두 국민 상식에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통렬한 자기반성이 부족하다”며 철회를 촉구했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삼성서울병원장이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얻은 것이 원격의료 허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항간에는 ‘여름철 세뱃값’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장면 3 6월23일 오전 삼성전자 다목적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다목적홀에서 3분간 읽었다. 지난 5월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 확진 판정이 처음 나온 지 한달여 만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쳤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유족, 아직 치료 중인 환자,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은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환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또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한겨레> 6월24일치)
이 사과문에 대해 여러 가지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있지만 가장 주목할 점은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소속이며, 병원의 최고책임자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자 현재 삼성그룹의 사실상 오너인 이재용씨라는 사실을 널리 밝혔다는 것이다.
메르스 2차 최대 진원지 되어비판 한가운데 선 삼성서울병원
대통령 앞 고개 숙인 병원장
‘여름철 세뱃값’ 받으려 했나
어쩐 일인지 ‘원격진료’ 시작돼 국립대학병원 독립채산제 바뀌고
현대, 대우, 삼성 진출했다
1990년대 ‘재벌병원’ 시대 열렸고
정치권력 발 맞추고 영리 골몰하는
지금의 양극화-독과점 체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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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료비 증가와 대기업 병원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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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병상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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