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2.23 17:54 수정 : 2006.01.17 04:09

지난 10월7일 서울중앙지검 주임검사가 이중섭·박수근 위작 고소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림의 위작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되돌아 본 2005 문화마을 ⑤ 이중섭 위작 파동


화랑계 유통체제에 큰 파장

“두달전 미술판을 돌던 위작이 어떻게 50년 전부터 유족들이 소장한 겁니까?” “고이 소장해온 부친 작품에 왜 시비예요?”

“남의 경매에 올린 걸 놓고 왜 아니라고 그래요. 당신들 말할 자격이나 있어요?” “당신이라니!” “나도 딜러 출신인데 왜 말 못해!”

‘이중섭 논란’ 사회적 이슈로

지난 4월25일 오후 화가 이중섭(1916~1956) 위작 논란 간담회가 열린 서울 평창동 한백연구재단은 고성과 막말로 뒤덮였다. 논란의 분수령이 된 당시 간담회에는 부친 그림을 경매에 내놓았던 아들 태성(56)씨 등 유족과 서울경매 임원진, 유족 작품을 위작 판정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이하 협회)쪽 사람들이 나와 입씨름을 벌였다. 협회쪽 평론가, 화랑주들은 유족들의 경매 출품 배후에 위조단이 있으며 지난해 이중섭·박수근 미공개 그림 전람회를 추진한 수집가 ㄱ씨를 핵심인물로 지목했다. 2700여 점의 이중섭·박수근 전칭작을 소장한 ㄱ씨와 이태성씨는 곧 협회쪽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5달만인 10월8일 검찰 중간수사 발표는 협회쪽 손을 들었다. 고소인들이 이중섭, 박수근의 것이라며 제출한 작품 증거물 56점을 국공립 전문기관 3곳에 안목 감정시킨 결과 거의 전부가 위작으로 의심되므로 협회쪽은 혐의가 없다는 것이었다. ㄱ씨의 소장그림은 압수됐다.

미술을 떠나 사회적 이슈가 된 이중섭 논란은 3월초 서울옥션이 진위 문제가 있다는 협회쪽 만류를 무시하고, 유족 소장 그림 4점을 경매에 출품해 4천만~3억원대에 판 것이 화근이었다. 반발한 협회쪽이 <물고기와 아이> 등 출품작 4점에 대해 가짜 판정한 사실을 3월28일치 <한겨레>에 공개하면서 논란은 본격화되었다. 태성씨쪽은 유족의 권위에 기대어 유년기부터 보관해온 진품 주장을, 협회쪽은 안목과 필적 화풍 비교 등을 통한 위작설을 제기했다. 논란의 초점은 주로 위조단의 실체와 수법, 유족 작품들의 유통 가능성, 감정 주도권 등에 집중됐으며 미술사적 가치는 거의 배제됐다. 태성씨가 밝힌 수백점의 미공개 소장품과 ㄱ씨가 소장중인 2700여 점의 진품 여부에 따라 수백억원대의 판매 이권이 좌우되고, 두 거장의 작품에 대한 화랑가 감정 유통 체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유족들, 위작판정 불복 항고


검찰의 사법적 진위 판단으로 이중섭 작품의 감정 주도권을 꾀하던 유족과 서울옥션쪽 시도는 좌절됐다. 협회쪽은 법적 공방에서 우위에 섰지만 전적인 신뢰를 얻지 못했다. 2001년 출범 이래 화랑협회 감정위와 반목하면서 도상봉 꽃그림에 엇갈린 진부 판정을 내리는 등 감정 파행의 원죄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랑 계열사인 서울옥션또한 화랑주의 고집으로 무리한 출품을 강행했다가 위상 추락을 자초했다. 사건을 계기로 미술품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감정기구 통합을 위한 대화가 시작됐다는 점을 위안삼아야 할까. 한편 태성씨와 ㄱ씨는 검찰 위작 판정에 불복해 10월말 항고했으며 검찰은 내년초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되돌아 본 2005 문화마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