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승부] 한·일 축구 미래의 얼굴
2007년 나란히 프로 데뷔전 다음해 국가대표 유니폼 그 뒤 분데스리가 입성까지 23살 동갑내기의 닮은꼴 빠른 기동력과 패싱 능력…현란한 기술과 침투력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안착…한·일 축구의 새 얼굴로 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은 아시아 축구의 성장세를 명징하게 보여준 승부였다. 올림픽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나라끼리 메달을 다투는 경기가 펼쳐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연령 제한(23세 이하) 규정이 있는 대회라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대회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따라서 동메달을 놓고 겨룬 이날의 승부는 향후 한국과 일본 축구의 용호상박을 알리는 전조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일 양국 축구의 새로운 세대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비상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은 꽤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우열 가리기 힘든 양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 축구장 위에서 두 나라의 관계는 남다르다. 굳이 역사적 관계를 따로 서술하지 않더라도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축구는 일본에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 무대였다. 한국 팀의 누적된 승리는 결과적으로 일본 축구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고비 때마다 일본 축구의 발목을 잡았던 한국 축구의 우세는, 일본이 제이(J)리그를 창설하고 장기간에 걸쳐 축구 저변을 확장하면서 어느새 팽팽한 구도로 재편됐다. 그사이 두 나라는 단순히 서로간의 우열을 겨루는 것이 아닌, 아시아 축구를 상징하는 두 개의 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긴 라이벌의 역사에서 대표 스타끼리의 맞대결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한·일 선수들의 활동 무대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장된 최근에는 해외파들의 활약이 두 나라 대표 스타들의 위상을 말해주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차범근-안정환-박지성으로 이어지는 한국인 유럽파의 활약이 오쿠데라-나카타-나카무라로 이어진 일본에 견줘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급증세를 보이며 양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활약상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베테랑’ 박지성(잉글랜드 퀸스파크 레인저스)을 필두로 이청용(잉글랜드 볼턴), 기성용(스코틀랜드 셀틱), 지동원(잉글랜드 선덜랜드), 구자철(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독일 함부르크), 박주호(스위스 바젤) 등이 유럽에서 활약중인 한국과, 나가토모 유토(이탈리아 인터밀란), 가가와 신지(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야이치 료(잉글랜드 위건)를 비롯해 독일 분데스리가에만 10명을 진출시킨 일본 모두 그야말로 해외파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양국 축구의 얼굴로 향후 10년을 책임질 선수로 구자철(23)과 가가와 신지(23)가 있다. 자국 리그를 거쳐 유럽에 안착한 두 선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스타 플레이어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기량과 아직 어린 나이로 인해 지금보다 미래를 더욱 주목해야 할 선수들로 꼽힌다. 구자철이 런던올림픽 대표팀 주장을 맡아 대한민국에 사상 첫 축구 메달을 안기며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혔다면, 독일에서 소속팀 도르트문트를 2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이끈 가가와 신지는 잉글랜드 맨유 입단으로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할 채비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둘을 한데 묶어 소개하는 이유는 이 동갑내기 선수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된 지점이 흥미로워서다. 나란히 독일 분데스리가를 경험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한 두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는 공격수 못지않게 빼어난 득점력을 갖춘 미드필더로, 경기장 밖에서는 각국 축구의 새로운 황금 세대 핵심 멤버로 거론되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둘이 유독 큰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의 장점이 자국 축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자철은 이전 세대의 힘과 투지, 다음 세대의 테크닉과 자신만만함이 결합된 유형의 미드필더다. 성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독보적 활약을 펼친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공격과 수비 능력을 겸비한 미드필더의 등장은 한국 축구의 오랜 숙원이었다. 구자철은 명민한 움직임으로 팀의 밸런스를 유지시키는 데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소속팀 중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구자철의 플레이는 팀이 필요할 때마다 터뜨리는 결정적인 골과 함께 그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가가와는 일본 축구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바로 그 선수다. 지난 10년간 유럽 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 선수인 나카타 히데토시와 오노 신지의 장점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이미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나카타가 보여준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침착함, 전성기 오노 신지의 유연한 침투 플레이가 결합된 가가와의 경기력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보낸 2년 동안 더욱 견고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장점을 내세운 두 선수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펼칠 앞으로의 치열한 승부는 새로운 세대가 그려낼 한·일전의 다른 이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빈혈로 대학 진학 좌절된 구자철의 아픔 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이를테면, 태어난 시기마저 비슷하다. 구자철과 가가와는 모두 1989년생 물고기자리다. 2월27일에 태어난 구자철과 3월17일에 태어난 가가와는 이 시기를 전후해 태어난 양국 축구 신세대 물결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21세기 한·일 축구의 전성시대를 예감하게 하는 이 세대의 면면은 제법 화려하다. 구자철은 이청용, 기성용, 홍정호, 김영권, 김보경, 지동원, 남태희, 손흥민 등 21세기 한국 축구 ‘황금 세대’의 리더로, 가가와는 기요타케 히로시, 오쓰 유키, 사카이 히로키, 우사미 다카시, 요시다 마야 등 일찍부터 유럽 무대를 경험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 축구 신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각각 첫손에 꼽힌다. 자국 리그에서 도약의 발판을 다진 두 선수의 출발점도 같은 해다. 구자철은 케이(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가가와는 제이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2007년 나란히 데뷔전을 치렀다. 보인고 재학 당시 빈혈을 앓아 체력 부족으로 고생했던 구자철은 이로 인해 대학 진학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으로 빈혈을 극복한 뒤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2007년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이후 빠른 시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반전’을 이뤄냈다. 한편, 가가와는 일본 축구 사상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제이리그 입단 계약을 맺는 엘리트 행보로 화제를 뿌렸다. 두 선수 모두 팀이 부진한 시기 1군에 합류해 핵심 멤버로 자리잡았고, 이후 팀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에 중심적인 노릇을 했다는 점도 닮은꼴로 꼽힌다. 2008년 나란히 에이(A)매치 데뷔전을 치른 두 선수는 2009년 커다란 도약에 성공한다. 2009년 피파(FIFA) 20세 월드컵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구자철은 홍명보 감독의 지휘 아래 팀의 8강 진출을 견인하며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팬들 사이에서 ‘어린 왕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또래들 사이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중원의 지휘자로 떠오른 구자철은 이 대회를 준비하며 인연을 맺은 홍명보 감독과 줄곧 함께하며 크고 작은 성과를 이뤄간다. 반면 가가와의 도약은 제이리그 2부 리그에서 시작됐다. 데뷔 무렵 부진한 성적을 거둔 소속팀이 2부 리그로 추락한 것은 가가와에게는 오히려 호재였다. 덕분에 주전 자리를 더욱 확고하게 꿰찬 그는 좀더 공격적인 위치에 기용되며 2부 리그 첫해인 2008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잠재력이 폭발한 것은 이듬해인 2009년이었다. 혼자서 리그에서만 27골을 터뜨린 가가와는 2009년 제이리그 2부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와 동시에 소속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며 단숨에 일본 축구 최대의 유망주로 떠오른다. 도르트문트의 가가와는 2년 연속 팀 우승 이끈 뒤이적료 300억에 맨유 입단 본격적인 전성시대 예고 볼프스부르크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
2부 강등 위기의 팀을 구했고 한국에 첫 메달까지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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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 구자철이 지난 11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3·4위전에서 후반 강력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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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욱 엠비시(MBC)스포츠플러스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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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가가와 신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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