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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장비와 유사한 방패, 헬멧, 곤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소속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새벽 폭력을 휘두르며 경기도 안산 에스제이엠(SJM) 공장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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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쏙] SJM 용역 폭력사태의 재구성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이었다. 지난달 27일 수십명의 노조원이 부상을 당한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자동차부품 회사 에스제이엠(SJM)의 용역폭력 사태는 회사와 용역경비업체의 사전 모의, 경찰의 방조 속에 의도된 수순을 밟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용역경비업체 관계자들과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에스제이엠 폭력사태를 재구성했다. ■ 7월15일 “애들 좀 모아달라” 6년째 ‘프리팀’(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으로 구성된 경비용역집단)을 이끌어온 ㄱ 팀장은 지난 7월15일 “애들 좀 모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2500명을 모아 ‘대우자동차’에 들어간다고 했다. 경비용역업체들은 상시 고용하고 있는 경비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큰일이 있을 때면 프리팀과 아르바이트생을 모은다. 이렇다 할 설명 없이 현장 투입이 두차례나 미뤄지자 휴가를 앞둔 ㄱ 팀장은 ‘작업’에서 빠지기로 했다. 약속된 27일 용역들이 몰려간 사업장이 대우자동차가 아니었단 사실은 ㄱ 팀장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알고 보니 보안 유지를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집결 장소도 몇 차례나 바뀌었다. 처음 모이기로 한 장소는 서울 여의도였다. 집합을 미룬 업체가 다시 알려온 집결지는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이었다. “대규모 인력을 서울에서부터 이끌고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간 것은 아마도 대우자동차에 가는 척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ㄱ 팀장은 전했다. 전국 각지에서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모여든 용역직원은 총 1500명에 달했다. 에스제이엠 공장에 들어간 컨택터스와 만도 공장 3곳에 들어간 지원가드 등 용역업체들이 모세혈관 조직과 같은 전국의 프리팀을 끌어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이동한 뒤 버스를 나눠 타고 다시 만도의 평택·문막·익산 공장 등 금속노조 사업장으로 향했다. 앞서 서울 잠실에 모여든 용역 200여명도 에스제이엠 공장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용역이 조직적으로 파업 사업장을 장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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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고사한 용역팀장
“대우자동차로 간다더니
일정 두 차례나 미뤄져
알고보니 교란작전이었다” ■ 7월27일 새벽 3시 유원지 작전회의 27일 새벽 3시, 에스제이엠 간부가 공장 근처 유원지에 도착했다. “할 수 있겠어?” 컨택터스 관계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새벽 4시40분께 45인승 버스 5대가 에스제이엠 공장 후문에 차례로 도착했다. 용역들은 경찰에 신고한 시각보다 1시간30분가량 일찍 현장을 급습했다. 새벽에는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배치시간을 늦추라는 경찰의 지시도 거부했다. 용역대원들의 손엔 50㎝~1m 길이의 곤봉과 방패는 물론이고 소화기까지 들려 있었다. 에스제이엠 간부와 컨택터스 쪽은 휴대전화를 통해 진행상황을 수시로 공유했다. 에스제이엠 쪽은 “노동자들을 때리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용역들이 투입될 때 회사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업계의 정설이다. 한 경비업체의 실장은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100% 회사 쪽의 지휘를 따른다”며 “사람을 모아 현장에 투입하기 전까진 업체가 책임을 지지만 투입 후엔 사쪽의 책임하에 놓인다”고 고백했다. D데이
SJM 간부-컨택터스 관계자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다”
용역대원들 곤봉·방패로 무장
양쪽 휴대폰 통해 정보 수시공유 ■ 7월27일 새벽 4시40분 피튀기는 공장 공장 2층에 몰린 노조원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서 112에 7차례나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사태가 벌어진 지 1시간 뒤인 새벽 5시30분이 다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여기저기서 노조원 수십명이 용역이 던진 조립 부품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도착한 뒤에도 경찰은 눈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다. 노조원 등 30여명이 다쳤고, 10여명은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다. 용역경비업체는 불법사태를 막기 위해 경비지도사를 고용해 경비원들에 대한 교육과 현장 관리감독을 맡기도록 경비업법에 규정돼 있지만, 이날 새벽 경비지도사 오아무개(31)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씨는 “컨택터스에서 보안사항이라며 아무 말 없이 당일 새벽 현장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작전에 대해) 아무 말도 없어서 왜 나한테까지 숨기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에스제이엠이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쓰도록 컨택터스를 사주했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의 수수방관
일 손 뗀 전직 프리팀장
“용역업체 사장-경찰서
사건 일어나면 ‘딜’ 봤다”
민주조사단 “컨택터스 최소 5억 수익” ■ 7월29일 이틀 만에 투입된 국외 대체인력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냄과 동시에 에스제이엠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대체인력 투입 역시 신속하게 이뤄졌다. 에스제이엠은 노조원 폭행 당일인 27일부터 인력업체와 단순생산직 40명을 파견받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가 노동자의 쟁의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다. 이틀 뒤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 기술자 12명이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플라스틱 성형기를 다루는 고급 기술자들이었다. 에스제이엠 쪽은 이들이 “에스제이엠 남아공 법인 소속 직원들”이라고 했다. 이틀 만에 남아공에서 기술자들을 불러들였다는 것 역시 에스제이엠이 충분한 기간을 갖고 직장폐쇄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지만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은 취업비자 없이 국내에서 일할 수 없다. 남아공 기술자 12명은 모두 관광비자로 입국했다. 같은 날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이 이뤄진 만도에서는 사흘 만에 회사 쪽과 가까운 새 노조가 만들어지고, 기존 노조 조합원들에게 전국금속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작업이 속속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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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엠(SJM) 노조원 폭행사건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3일 대기발령된 우문수 전 안산단원경찰서장(흰색 와이셔츠 차림)이 지난달 27일 새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에스제이엠 공장을 뒷짐을 진 채 지켜보고 있다.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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