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흔들려 가슴을 헤집던 밤, 취기에 젖어 걸었다. 뒤틀린 몸짓에 서럽지 않으려 마냥 걸었다. 아무에게도 무엇에게도 사심 한 줌 낼 일 없는 걸음에 시린 바람만 등을 떠밀었다. 그러다 본 한줄기 빛. 어둠 속 빛을 가장한 유혹에 빠져 온몸은 벌거숭이가 되고 빛이 희망이 아닌 이 땅의 새벽이 부끄러워 결국, 서럽게 운다. 오갈 데 없는 넋은 맨살로 콘크리트 바닥을 뒹구는데 저 멀리 동쪽 끝자락이 어슴푸레 밝아진다. 시린 새벽은 물러날 것인가.
임종진/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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