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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경제 : 협동조합이 싹튼다]
협동조합이 싹튼다 ②동네 생협, 이마트에 도전하다
계약생산·직거래로 먹거리 싸게소비자도 생산자도 걱정 ‘훌훌’ 3대생협 합쳐 소비조합원 56만
3년새 매출 2배 가파른 성장세 한살림과 아이쿱 같은 우리의 생협은 2010년 배추값이 한 포기에 1만5천원까지 치솟았을 때 2천원 아래의 평소 가격 그대로 공급했다. 소비자를 살렸다. 이듬해 5월 산지 배추값이 300원까지 떨어졌을 때는 계약재배 농민들에게 1천원의 가격을 지급했다. 농민을 살렸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로 무장한 생협이 이마트로 대표되는 대형 유통기업의 독과점 아성을 허물어뜨릴 수 있을까? ‘배추 한통에 1만5000원.’ 2010년 가을배추는 금값이었다. 고랭지 출하 물량이 달려 벌어진 현상이다. 이때 한켠에서 배추 한통을 2000원에 못 미치는 값으로 팔아 주목을 받았다. 마법같은 일을 만들어 낸 곳은 바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이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주부 김수남(52)씨는 지난해 8월 이마트를 ‘끊었다’. 대신 집 근처 아이쿱 생협 매장에서 장을 본다. 이곳엔 농약을 쓰지 않은 농산품과 항생제 없이 키운 축산품, 우리밀 라면, 공정무역으로 수입한 커피 등이 갖춰져 있다. 샴푸·비누·화장지 등 공산품도 있어 한번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사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가격도 ‘착하다’. 쌀이나 콩나물·달걀·두부 등 몇몇 품목은 친환경 제품인데도 일반 마트보다 더 싸다. 한달에 회비 1만원을 내면, 유기농 제품을 할인가로 살 수 있다. 김씨는 “먹거리의 안전성을 믿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귀농한 장경호(42)씨는 한살림 생협의 생산자 조합원이다. 그의 비닐하우스에는 ‘세 가지’가 없다. 농약과 화학비료, 석유다. 한살림의 유기농가는 화석연료를 써서 온도를 높이는 ‘가온’도 하지 않는다. 지구에 해롭기 때문이다. 오직 땅의 힘과 인증받은 자연 퇴비를 써서 어린잎 채소와 시금치를 키운다. 일반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보다 신경쓸 일이 훨씬 많다. 하지만 ‘판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장씨는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은 모두 한살림에서 가져간다”며 “판매 걱정 없이 오직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협동조합의 토양이 척박하다. 그래도 협동조합 기업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분야를 꼽는다면, 식품의 생산·유통을 담당하는 생협 쪽이다. 일본의 생협 제도를 본뜬 것으로, 유럽의 소비자협동조합과 가깝다. 한살림·아이쿱·두레 등 국내 3대 생협의 소비자 조합원은 지난해 말 기준 56만여가구로 추산된다. 전체로는 국내 가구의 3% 수준을 넘어섰다. 매출액도 6000억원대에 이른다.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 매출이 30조원대에 이르는 대형마트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가능성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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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 생협 조합원 김수남(왼쪽)씨가 5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자연드림 신내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서 김소운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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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충북 청주의 한살림 생산자 조합원인 장경호·이대경 부부가 아이들과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장씨 부부는 청경채·비트·비타민 등 6가지 어린잎 채소를 유기농으로 재배해 한살림에 전량 납품한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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