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05 19:31
수정 : 2012.08.17 09:01
[99%의 경제]
아하! 협동조합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협동조합은 1848년 영국 맨체스터의 공장지대에서 태어났다. 악덕 기업주들이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고 소금에 절인 버터를 공급해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하던 시절이었다.
직공 스물여덟명이 1파운드씩 출자해 밀가루와 버터, 설탕을 정직하게 판매하는 로치데일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로치데일의 운영방식은 이후 소비자협동조합의 일반원칙이 됐다. 우선 좋은 물건을 공급하되 시장가격으로 판매했다. 폭리를 취하지는 않지만, 손해를 감수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또 하나, 조합원이 연말에 받는 배당금액이 1년 동안 로치데일 가게에서 구입한 총액(구매 실적)에 비례하도록 설계했다. 가게를 많이 이용할수록 연말에 더 많이 돌려받도록 한다는 원칙이었다. 주주의 투자액(지분율)에 비례해 배당이 결정되는 주식회사와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협동조합에서는 이를 ‘이용 배당’이라고 부른다.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을 많이 이용할수록 배당금을 많이 돌려받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기존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새 조합원을 불러들이면서 로치데일의 사업은 크게 번창했다.
로치데일에 앞서 로버트 오언이 추진한 이상적인 협동조합 실험은 실패했다. 협동조합의 선구자로 불리는 오언은 조합원의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았다. 그 결과는 협동조합의 파산이었다. 오언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은 로치데일은 조합원 편익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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