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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작은 주택협동조합 주택인 엠마골드만(아래 사진)의 입주학생들이 함께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주희 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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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경제]
미국 학생주택협동조합 살아보니
대학에서 생협을 몰아내고 스타벅스를 들여앉힌다. 민자 기숙사가 속속 들어선다. 대학은 부자가 되지만, 학생들은 방값과 커피값 부담에 더 짓눌린다. 온당하지 않다. 반값 기숙사의 꿈을 꿔보자. 미국에서는 현실이다. 주택협동조합에서 답을 찾는다. 단, 한가지 조건이 있다. 대학에서 부지 한귀퉁이를 내놓아야 한다. 우리 학생들을 위해!
미국의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 근처에는 여러 학생주택협동조합이 있다. 10여명이 단독주택에서 모여 사는 작은 주택협동조합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50명 이상이 아파트형 건물에서 생활하는 기숙사형의 학생주택협동조합도 있다. 나는 17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엠마골드만이라는 작은 주택협동조합에서 2007년부터 2년 동안 살았다. ‘식구들’은 위스콘신 학생이 다수였고, 졸업생과 지역주민도 있었다. 처음 엠마골드만을 찾아갔을 때, 안내담당 학생이 집을 보여주고 식구가 될 입주학생들과의 미팅을 주선해주었다. 요리를 잘하는지, 친구와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여러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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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작은 주택협동조합 주택인 엠마골드만. 박주희 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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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땅값 상승분까지 ‘공동의 몫’
집안일 자발 참여로 관리비 절약
공동체 특성에 따라 성격도 다양 학생주택협동조합이 일반 주택이나 기숙사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집세가 싸다는 것이다. 한달 330달러에 식비로 100달러를 추가 부담했는데, 쌍둥이 같은 바로 옆집은 집세만 500달러였다. 입주 때 맡기는 보증금을 주택협동조합에서는 출자금이라고 불렀다. 집세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가져가는 이윤이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학생주택협동조합들은 건물과 토지값이 뛰었을 때, 자산가치 상승분을 입주자 개인이 아니라 협동조합 공동의 몫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해마다 새로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싼값의 쉼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비영리기관에서 토지나 건물의 일부를 학생주택협동조합에 지원하기도 한다. 값이 싼 두번째 이유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관리비를 확 떨어뜨린 데 있다. 식사준비, 설거지, 청소, 잔디깎기, 물품구입 같은 일을 학생들이 분담하는데, 보통 주 5~6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나는 주 1회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채소를 구매하는 일을 맡았다. 새 입주자를 안내해 계약하는 관리업무도 학생들이 맡는다. 학생들은 한달에 두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협동조합 운영 전반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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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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