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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고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도너도넛’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34살 동갑의 ‘소셜 벤처 기업가’들이 25일 밤 서울 강남역 입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동한, 원은정, 김호년, 박희영, 고영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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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경제]
34살 대기업 젊은이들 ‘소셜 벤처’ 도전
애플리케이션 ‘도너도넛’ 한 명이 메신저로 제안
아내도 용기를 불어넣었다
몇 달 뒤
고용노동부 경연대회서 대상 무너지는 농촌의 집
누군가가 사진을 올리고
‘도넛하자’고 제안하면
건축가가 설계도면 제공하고
‘일꾼들’ 참여 이어지는 식 몇푼이라도 이익 생기면
취약계층 아이들 돕자 의기투합
“기부는 돈있는 사람만 하나요?
시골 할머니도 고구마 기부하고
기쁨 느낄수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기부는 돈있는 사람들만 하나요? 우리 시골의 가난한 할머니도 고구마를 기부하고, 그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잘나가는 34살 동갑내기들이 ‘소셜 벤처’에 가슴과 머리를 던졌다. 놀이하듯이 즐기면서 기부할 수 있는 ‘도너도넛(Doner Donut)’이라는, 톡톡 튀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도너도넛팀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최근 연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소셜 벤처는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창업 초기 단계의 사회적기업 모델이다. 15명의 도너도넛팀을 이끄는 리더는 박희영씨. 박씨는 엘지(LG)전자의 정보기술 개발부서에서 일하는 유능한 연구원이다. “나 자신이 한부모 취약계층이어서 어릴 때부터 이웃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초중고 때는 선생님이 등록금 내주시고, 대학 입학금은 옆집 분이 도움을 주셨어요. 이제 대기업의 8년차 선임연구원으로, 결혼해서 아이낳고 홀어머니한테 용돈도 꼬박꼬박 드리고 있습니다. 나만 등 따시고 배부르면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셜 벤처 하겠다니까 전업주부인 아내가 먼저 거들어주었습니다. ‘그런 일 한다고 밥 굶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용기를 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모임방에 도너도넛팀의 78년생 핵심 멤버 5명이 모였다.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자기 사업체를 갖고 있는, 하나같이 마음이 참해 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 “저는 지금 하는 개발 일을 좋아해요. 그러면서도, 늘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몇달 전 희영이가 ‘도너도넛’을 함께 하자고 메신저로 제안을 보내왔어요. 곧바로 ‘오케이’(OK) 답신을 보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개발 일로 남을 도울 수 있게 됐잖아요.”(김호년, 박씨의 엘지전자 동료) “대학 때부터 희영이와 코드가 맞았어요. 굿네이버스 같은데 기부하자는 이야기를 서로 나눴지요.” 대신증권에 다니는 이동한씨와 개인사업을 하는 고영국씨는 박씨의 대학 동기이다. 고씨는 이미 자기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소셜 벤처 ‘도너도넛’팀의 전업 직원 1호가 될 참이다. “나중에 도너도넛 사업에서 몇푼이라도 이익이 생긴다면 취약계층 아이들을 돕는데 모두 쓰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원은정씨는 박씨의 고향(강원도 원주) 친구. 기업교육 사업체의 대표인 원씨는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비영리 치유 캠프를 운영해 또 하나의 명함(한국청소년센터 센터장)을 갖고 있다.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는 원씨와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박씨는 자연스럽게 ‘소셜 벤처’의 한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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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전국 소셜 벤처 경연대회의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섰다. 도너도넛팀이 3000만원 상금의 대상을 받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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