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8.13 08:22 수정 : 2012.08.13 10:20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구 반월공단 안 에스제이엠(SJM) 정문에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철문을 잠근 채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안산/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콜 받고 팀모아 합류”…조폭 출신같은 경비원들도 포진
컨택터스서 연락와 다른 팀도 모아
“원청직원 5~6명뿐…대부분 하청
강경진압에 알바 학생들 괴로워해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부품회사 에스제이엠(SJM)의 용역폭력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 남짓 지났다. 사건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관련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 수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사 갈등 현장에서 ‘기업화한 사설 폭력’이 판치는 야만적 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업장에 투입되는 용역경비직원, 이들을 감시·감독하는 경찰, 경비업체와 계약을 맺는 기업 노무담당자, 용역경비직원들과 대치한 노동자 등을 만났다. 그들의 시선은 조금씩 엇갈렸으나 그 속에 해법의 단초가 있다. 첫번째로 에스제이엠 공장에 투입된 한 팀장급 경비원의 이야기에서 용역폭력 근절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경비업 ‘프리팀장’ 이철희(가명)씨가 ‘콜’(의뢰)을 받은 것은 7월 초였다. 간만에 온 일감이었다. 이씨는 평소 개인 경호 등 경비 관련 일을 한다. 하지만 대개의 일감은 기간이 짧아 수입이 적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노동쟁의가 벌어진 회사에 투입되면 많게는 몇달 동안 상근하면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경비업체 직원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노동쟁의 현장에서 돈을 벌려고 뛰어드는 이유다.

이씨의 원래 꿈은 개인 경호원이었다. 그러나 경호원을 꿈꾸며 경비업계에 뛰어들고 보니 경호 일로는 먹고살 수가 없었다. 대형 업체가 아니고선 일감을 따올 수 없는 구조였다. 대신 중소 규모 경비업체들은 철거 현장 또는 노동쟁의 현장 등에서 일을 구했다. 처음엔 내키지 않았던 이씨도 점점 익숙해져갔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오가는 ‘사설 폭력 시장’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돼 있다. 경비직원인 그는 기업과 용역경비업체가 어떻게 계약을 맺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용역경비업이 그물망으로 연결된 구조는 잘 알고 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용역경비업계엔 ‘원청’과 ‘원하’가 있다. ‘원청’은 컨택터스처럼 큰 경비업체다. ‘원하’는 전국에 퍼져 있는 프리팀들을 연결하는 중간 연락책 정도 된다.

이씨는 ‘원하’로부터 에스제이엠에 투입할 경비원을 모집한다는 콜을 받았다. 그가 데리고 있는 직원 10여명에게 연락했다. 곧이어 이씨의 팀과 연락을 주고받는 다른 프리팀 30여곳에도 연락했다.

“지난 7월27일 새벽 에스제이엠 공장에 투입된 250여명의 용역경비직원 가운데 실제 컨택터스 직원은 5~6명도 되지 않는다”고 이씨는 전했다. 나머지는 컨택터스의 요청을 받은 프리팀 소속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조폭 출신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경비원과 알바생들이 더해진다.

“폭력 사태 발생 직후 알바 하러 온 학생들이 무척 괴로워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무섭다면서 새벽에 공장 밖으로 도망가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졸지에 ‘용역깡패’가 된 우리도 마찬가지였지요.” 이씨는 며칠 동안 아침마다 이탈자가 없는지 인원점검부터 했다.

이씨는 경비업체의 등록·허가 기준 등을 강화하는 방식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사쪽은 아예 (노조 파괴를 전담하는) 경비원들을 계약직 사원으로 고용해 버릴걸요? 그러면 경찰이 개입하긴 더 어려워지겠죠.” 이씨는 “아예 노동쟁의 현장에 경비원 투입을 못하도록 하면 모를까, 그러기 전엔 용역경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폭력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제가 가본 쟁의현장에선 경찰이 최소한 ‘말리는 역할’은 했어요. ‘여기까지만 해라’ 이런 식으로…. 그런데 이번엔 경찰의 역할이 전혀 없었죠.” 사람이 건물에서 떨어져 실려 나가는데도 경찰은 그저 보고만 있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줄 경찰이 몰랐다고요? 말도 안 돼요. 경찰서 경비과장·정보과장이 공장 내부까지 다 보고 돌아갔어요. 컨택터스 쪽 사람하고 이야기하면서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나갔다고요.” 경찰 간부들이 공장에서 물러난 뒤 더 큰 폭력이 벌어졌다는 건 경찰 내부 감사에서도 이미 지적됐다. “많은 현장을 가봤지만 이런 경찰은 처음이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당시 경찰의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씨도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씨가 이끄는 프리팀 직원들은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후배가 다른 공장에 경비원 배치신고를 했더니 ‘에스제이엠에 들어갔던 경비원은 안 된다’며 경찰에서 골라냈다고 하더라고요.” 이씨로선 밥줄이 끊긴 셈이다.

노조원들은 다쳤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씨도 실업자가 됐다. 그가 보기에 이번 폭력 사태는 “승리자 없이 모두가 패배한 싸움”이다. “우리도 살기 위해 일해요. 우리도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벌고 싶어요. 그런 방법을 우리도 찾고 싶다고요.” 이씨가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용역폭력을 말하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