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8.22 17:19 수정 : 2012.08.23 14:42

성너머집(서울 성북구 성북동). 박미향 기자 제공

[매거진 esc] 셰프의 단골집

“‘성너머집’(사진·서울 성북구 성북동)도 자주 갑니다. 주인장이 직접 삼계탕을 끓이죠. 교사 은퇴하시고 삼계탕 팔아 번 돈으로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세요. 거기는 3시 넘어가면 나가라고 해요.”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 박효남(51) 상무는 ‘금화로불고기’ 외에도 단골집이 많다. 직원들과 자주 찾는 ‘성너머집’에 대한 칭찬이 차지다. 먹는장사로 선행을 베푸는 주인장이 꽤나 마음에 드는 눈치다. 박씨의 지난날들과 닿아 있어서일 게다.

그는 중학교 1학년까지 강원도 고성에서 살았다. 시골생활은 넉넉했다.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스케이트 신발이나 당시에는 보기 드문 세발자전거가 그의 장난감이었다. 상사로 전역한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철이 일찍 든 그는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영화관에서 껌을 팔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연탄가게를 했던 부모님을 도울 요량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고 바로 요리업계에 입문했다. 오직 칼과 도마로 한길을 살아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술도 안 마셔요. 요리사 생활에 방해되니깐요. 담배도 안 해요.”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그는 운동이 생활화되어 있다. 호텔에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뙤약볕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여름 한낮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 일대를 누비는 이다.

그가 찾는 맛집에는 항상 이야기가 넘친다. 단골집 ‘고성막국수’(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는 호텔 고객을 만나기도 했다. 그의 맛을 아끼는 고객은 막국수를 그에게 한턱 쐈다. “일반적으로 막국수는 밀가루를 섞는데 이 집 면은 흐물흐물 끊겨요. 정말 이북식이죠.” 지난 회에 소개한 ‘금화로불고기’의 주인장에게 도움도 줬다. 메뉴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주인에게 비슷한 콘셉트로 운영하는 고깃집을 추천해줬다. “가평에 있는 고깃집이죠. 숯불에 고기를 굽는 게 ‘금화로불고기’와 비슷해요. 돼지고기 두루치기 하는 곳인데, 양념을 미리 발라 재워 두진 않아요. 그 집도 반찬이 깔끔하고 나물 종류도 많아요.” 그의 맛집 선정 기준은 명확하다. 반찬이 정직하고 맛있어야 한다. 한동안 노량진수산시장에 “꽂혀 후배들 데리고” 자주 갔다. 쭉 늘어선 횟집은 눈대중이 뛰어나지 않고는 맛깔스러운 집을 찾기 힘들다. 그가 한가지 비법을 알려준다. 한 집을 정해 단골로 삼는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생각뿐이다. “가족이 외식을 가면 정말 싫어해요. 제가 자연스럽게 음식점을 관찰하다 보니 대화는 줄어들죠.” 그에게는 한가지 소망이 있다. 34년 요리사 생활만큼 불판을 더 잡고 싶은 것이다. 한식 맛집 여행이 영감을 준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셰프의 단골집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