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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2012 서울청년정담회-여기, 청년이 있다’ 2회 토론회에 참가한 70여명의 청년들이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청년암행어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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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②주거와 자립
중고 옷 사입으며 아껴도 월세 낼 때면 가슴이 서늘
남자 4명 같이 사는 방 너무 더워서 pc방 피신하기도
키 179㎝인 그가 고시원 침대에 누우면 발이 침대 모서리를 삐져나왔다. 박기덕(28)씨는 돈을 벌기 위해 2007년 고향을 떠나기 전까진 넉넉친 않지만 부모님과 함께 105㎡ 넓이의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에 비하면 서울 고시원 2.5㎡의 좁은 방은 감옥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그는 흰 도화지에 파란 하늘이 내다보이는 창문을 그려 방 벽에 붙였다. 그렇게 이 고시원에서 6년을 버텼다.
보험설계사인 박씨는 서울 생활을 한 뒤로 적은 월급을 쪼개 사느라 하루도 빠짐없이 10원 단위까지 가계부에 적고, 시장에서 중고 옷을 사 입는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도 매달 1일 꼬박꼬박 월세 내는 날이 돌아올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한달 전에 이사 온 원룸텔은 원래 월세가 50만원이었어요. 막걸리를 사들고 집주인을 찾아가 제가 고생한 얘기를 들려주고 ‘사장님 잘 생기셨다’고 아부해 40만원으로 줄였죠.” 박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재치 있게 나눠 청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지만, 웃음의 끝맛은 씁쓸했다.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팀 ‘청년암행어사’와 시민소통과, 그리고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4일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주거와 자립’을 주제로 ‘2012 서울 청년 정담회 여기, 청년이 있다’ 2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70여명의 참석자들은 주거 문제로 겪는 고민을 나눴다.
대학생들에게도 집은 삶을 팍팍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장상석(23)씨에게 올해 여름밤은 유난히 길었다. 섭씨 27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의 밤에 남자 4명이 함께 자는 방은 너무 더웠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주변 피시방에서 눈을 붙였다. 그렇게 8월 한 달동안 피시방에 들인 돈만 15만원이다.
장씨는 지난 1월 2년간 살던 월세 53만원짜리 원룸을 나와 빌라에서 5명이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월세를 부모님이 부담했지만 대학교 4학년이 되는 올해부터 스스로 감당해보고자 내린 결정이다. 자기만의 공간이 없어 불편하지만 자립을 시작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장씨에게 자기 집을 가지고 완전히 자립할 날은 언제올지 아득하기만 하다. “앞으로 20년은 더 지나야 완전히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제 소유의 집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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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가 ‘당신에게 자립이란?’ 질문에 “인간다운 삶”이라는 답변을 스케치북에 적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청년암행어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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