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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27 20:08 수정 : 2013.11.28 14:15

[esc] 이대리의 직장생태보고서

바야흐로 졸업 임박 시점이다.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취업준비생이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어학연수, 공모전 수상, 인턴 경험, 봉사활동, 자격증 등 이른바 ‘취업 5종 세트’를 갖추고도 애를 먹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타개한 뒤 시작될 여러분의 명랑한 사회생활 첫걸음을 위해 몇 명의 대리들이 솔직담백한 조언을 보낸다.

야근하지 마라. 일을 하다 보면 시의성이나 중요성 때문에 불가피한 야근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게 버릇이 되면 큰일 난다. 당신의 삶은 회사를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막처럼 변할 것이며, 사무실에서 시켜 먹은 중국요리는 단전에 쌓이고 쌓여 몇 년 뒤 거울 속에서 ‘이티’(E.T.)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무실 컴퓨터로 야구 중계를 밤늦게까지 보거나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는 한심한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특히 여자친구(남자친구)와 싸운 뒤 머쓱해졌다고 일부러 야근하지 마라. 금세 소개팅도 안 들어오는 나이가 된다.

상사가 미울수록 더 좋은 성과를 내라. 당신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결정적 한방’이 없다면 둘이 맞붙었을 때 공격력은 대체로 상사가 더 세다. 그에겐 오랜 시간 쌓아온 사내 인맥과 권모술수가 있다. 차라리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라. 상사는 영전할 것이고 당신의 커리어도 빛나게 될 것이다.

일하는 과정을 기록하라. 책임질 상황이 오면 의외로 발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당신은 깜짝 놀랄 것이다. 특히 회삿돈을 쓰거나 일의 방향이 전환되는 맥락은 전후 과정을 기록해둬서 나쁠 것이 전혀 없다. 설령 발뺌 상황과 마주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후임에게 기록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간만 하지 마라. ‘튀지 마라’, ‘나서면 다친다’고 배워왔겠지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에게 월급이 나가는 걸 아까워하지 않을 회사는 없다. 물론 신입사원인 당신이 일을 잘할 확률은 낮다. 하지만 많은 것을 하라. 실수가 용납되는 시간은 길어야 1년 남짓이다. 중간만 하다가 중간에 나가는 사람 널리고 널렸다.

술 마시고 지각하지 마라. 원래 출근 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고, 퇴근 시간은 지키면 욕먹는 것이라고 생각해라. 차라리 조금 일찍 나타나서 얼굴도장을 찍은 뒤 ‘짱’박혀라. 지각이 잦으면 중요한 시점에 발목 잡힌다.

예의 바르게 전화받아라. 집 전화를 두지 않는 곳이 많다 보니 부모님으로부터 전화응대 예절을 교육받지 못한 신입사원이 많은 것 같다.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전화를 통해 당신을 알게 되는 사람은 매우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쉽게 당신을 평가하는 말을 여기저기에 옮길 것이다. 싹싹하고 예의 바른 전화 통화만으로도 당신의 앞길이 한층 순탄해진다.

과장되게 보고하지 마라. 당신이 아니더라도 팀장과 임원, 대표이사는 능구렁이들의 정치적 발언과 과장된 수사에 이골이 나 있다. 담백하고 간결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뻥’칠 시간을 쪼개어 상사가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놓는 편이 낫다.

문제가 생겼을 때 숨지 마라. 하다못해 개를 산책시키다가 개똥을 안 치우고 도망가도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잡을 수 있는 세상이다. ‘똥’을 같이 치우자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훨씬 슬기로운 결정이다.

사진 이대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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