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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2 19:56 수정 : 2014.01.23 10:02

[매거진 esc] 이대리의 직장생태보고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뜻밖의 위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지만, 회사원 대부분은 보호받고자 할 때 적절한 도움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희망퇴직을 가장한 사직 권고를 받는다거나, 조직 내 줄타기 판에 본의 아니게 휘말려 상처를 입고, 근무시간 내내 메신저로 ‘연애질’하는 방만한 후배가 성실한 다수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때 등 노동법이나 사규에 의존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들이 주변에서 쉽게 관찰된다. 심지어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미칠 것 같을 때 덜컥 튀어나온 직무 순환배치 명령 역시 ‘대략 난감’ 상황으로 볼 수 있겠다.

자전거나 이륜차를 탈 때 쓰는 안전모가 도로교통법보다 실질적으로 내 신체를 보호해 주듯이, 회사생활에서도 헬멧처럼 손쉽게 갖출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을까? 평소 인격적으로나 일적으로 두루 존경할 만한 주변인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종합해 본다.

두 번의 이직을 통해 누가 봐도 믿음직한 전문가로 자리잡은 ㄷ 차장은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지고, 시스템이 아닌 신념에 의지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상당수 직장인이 월급과 호봉에 길들여져 직장인으로 길러진다”며 “알 만한 회사에서 잘 갖춰진 시스템에 적응해 온 것을 경쟁력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ㄷ 차장은 “전문성을 갖고 직업인으로서의 신념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최적화된 안전장치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회사의 오너와 혈연·지연·학연 없이 공채로 입사해 25년 만에 대기업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ㅎ 사장은 “보여주기식 업무태도를 지양하고, 충성도 테스트를 할 시간에 충성을 유발하도록 공정성을 지킨 것”이 간부가 된 뒤 그를 지켜준 원칙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을 망치는 것은 무능력보다 ‘잘해야지, 보여줘야지’ 하는 강박관념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치가 높아질수록 충성도 테스트를 하려는 욕구가 생기기 마련인데, 부하 직원 간의 엉뚱한 내부 전투만 유발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성에 기반한 공감대 형성이야말로 최고의 충성도 촉진제이자 생산성 향상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내놓는 브랜드마다 성공시키며 업계의 ‘탑건’으로 불리는 ㅇ 과장은 “시장이 아닌 고객에 주목하고, 경쟁이 아닌 혁신에 주력하라”고 말한다. 그는 주니어 시절 유독 시장 분석, 경쟁사 동향에 집착했지만 성과는 별로인 상사와 일하며 ‘방전상태’에 맞닥뜨린 바 있다. 대리 진급을 하면서 브랜드 담당이 된 ㅇ 과장은 “내 제품의 본질과 그것을 쓰는 고객이 느끼는 감성,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브랜드 고유의 영역 구축”에만 몰두했다. 이제 ㅇ 과장은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 동시에 헤드헌터들의 표적이다.

역설적이게도 잘된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켜온 비결을 듣고자 한 대화를 요약하면서 금기사항들을 정리하게 됐다. 시간만 흐르면 어떻게든 쌓여가는 기득권에 젖어드는 것, 튀고자 하는 강박에 시달리며 주변과 나를 마모시키는 행동, 자기성찰도 안 된 채 경쟁 상대의 약점을 찾으려 하는 행위 같은 것들 말이다.

따지고 보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과 다져나가는 것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일상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이상, 조금 귀찮지만 헬멧을 쓰는 것처럼 괜찮은 습관을 들여 볼 일이다. <끝>

사진 이대리 제공

※‘이대리의 직장생태보고서’는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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