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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30 18:38 수정 : 2013.01.30 18:38

따루 제공

[매거진 esc] 따루주모의 술타령

나는 양조장 탐방을 무척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시간이 잘 나질 않아 자주 못 가고 있다. 양조장의 문턱을 넘으면 뿜어져 나오는 구수한 향은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지난 주말에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자리잡은 지평주조에 다녀왔다. 역사가 깊은 지평막걸리는 우리 가게에서도 인기가 많다. 1925년부터 술을 쭉 빚어왔던, 거의 9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양조장이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버텨왔을까? 김기환 사장님을 만나니 깜짝 놀랐다. 흰머리의 어르신을 상상했는데 서른두살의 키가 큰 ‘훈남’이었다. 3년 전부터 사장님은 대를 잇고 있다고 했다. 4대째다.

사장님과 수다를 떨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게 됐다. 지평양조장은 한국전쟁 당시 인근에 잔존한 유일한 건물이어서 유엔군 프랑스 대대의 지휘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4년부터 쌀막걸리 빚는 것이 금지되어 밀로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 현재는 쌀과 밀 막걸리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다.

양조장을 둘러보면서 특이한 문구를 하나 발견했다. 아주 작은 문 위에 ‘보쌈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늘은 김장을 하는 날도 아닌데 웬 보쌈? 보쌈실에 들어가 보았더니 남자 두 분이 손으로 뜨거운 연기가 나는 뭔가를 섞고 있었다.(사진) 알고 보니 밀가루를 쪄서 술밥을 만든 다음에 효소제를 밀가루에 뿌려서 균 배양을 하는 과정이었다. 균을 배양할 때 온도가 아주 중요해서 술밥을 수작업으로 섞어 온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온도가 35도 정도 되면 술밥을 천으로 덮어서 발효시키는 것이었다. 보로 싸놓는다고 해서 보쌈실이라고 한단다. 재치 있는 이름이다. 술밥을 열심히 섞는 남자들을 보면서 한식처럼 역시 막걸리도 손맛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겼다. 술밥을 하루 정도 보쌈실에서 발효시킨 다음, 오동나무 상자에 넣어 최적의 온도와 습도가 맞춰진 배양실에서 종국균을 키운다. 상자의 위치를 두 시간에 한 번씩 바꿔줘야 해서 야간 근무도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한다. 요즘 대량으로 한 번에 배양하는 곳이 많은데 지평막걸리는 옛날 방법을 고집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막걸리가 숙성되는 독과 깔끔한 쇠통이 공존하는 방에 들어가 보았다. 독 안에 익어가는 막걸리의 ‘쏴~~~’ 하는, 소나기 같은 소리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들렸다. 그것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비만 오면 막걸리와 파전을 먹나 보다.

사실 나도 나만의 양조장을 설립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꿈을 실천하기 위해 막걸리 양조장에 취직해서 충분히 배워야 되겠다. 내가 빚는 막걸리의 맛은 과연 어떨까? 우선 누룩 향이 진해야 하고, 맛이 구수하고 새콤했으면 좋겠다. 너무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 적당히 걸쭉한 막걸리였으면 한다. 양평처럼 물이 맑은 곳에서 해야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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