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13 18:55
수정 : 2013.02.13 18:55
|
따루 제공
|
[매거진 esc] 따루주모의 술타령
나는 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보통 그날 제일 먹고 싶은 것이 최고라고 재미없게 대답한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달라졌다. 막걸리와 먹어야지 제맛인 음식이 하나 생겼다. 바로 홍어다.
내가 홍어를 처음 먹었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6년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친한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디 갈까 고민하던 중 나에게 홍어를 먹을 줄 아냐고 한 기자가 물었다. 홍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지만 생선을 뜻하는 ‘어’자가 붙어 있어서 잘 먹는다고 답해버렸다. 바다에서 나온 것이라면 뭐든지 잘 먹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수육, 묵은지와 회처럼 생긴 볼그레한 빛깔의 생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홍어삼합이었다. 약간 희한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기대가 되었다. 홍어회 한 점을 초장에 찍어서 입에 넣었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암모니아 냄새가 입안에 퍼지면서 코가 뻥 뚫렸다. 엄청난 충격이 쓰나미처럼 나를 점령했다. ‘세상에나!’ 그런데 잘 먹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뱉을 수가 없었다. 괴로웠다.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은 바로 막걸리였다. 막걸리 한 모금 마셨더니 냄새가 완전히 없어졌다.
홍어와의 첫번째 만남은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몇 년 뒤에 홍어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친해졌다. ‘정’은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그와 친해져서 어쩔 수 없이 홍어를 가끔씩 먹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느새 홍어의 묘한 매력에 빠졌다. 한국 사람들 중에도 홍어를 못 먹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내가 찾아낸 홍어 초보자를 위한 나만의 방법을 공개하겠다.
홍어의 가장 짙은 깊은 맛은 뼈에서 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뼈가 있는 부분을 자른 다음 살코기만 초장에 듬뿍 찍어서 미나리와 같이 먹으면 잘 넘어간다. 그래도 씹다가 먹기 힘들면 홍어를 삼키지 말고 잘 숙성된 막걸리 한잔만 마시면 암모니아 냄새가 싹 사라진다. 그래서 홍어와 탁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찰떡궁합인 것이다.
초장과 미나리랑 먹는 것이 괜찮으면 한 점을 그대로 삼합으로 먹어본다. 돼지고기의 부드러운 맛 다음으로 묵은지의 시큼함이 뒤를 잇는다. 마지막으로 홍어의 쏘는 맛이 살짝 도는데 고기와 김치 때문에 강하지 않다. 삼합도 먹을 만하면 홍어회를 소금에 살짝 찍어서 그 향을 느껴본다. 이렇게 조금씩 길들이다 보면 홍어의 매력에 푹 빠진다. 잘 발효된 홍어는 씹으면 씹을수록 은은한 박하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찰떡 같은 탄력이 느껴진다. 최고 고수는 아무 양념도 바르지 않고 홍어를 먹는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코가 뻥 뚫리고 톡 쏘아야지만 제대로 된 홍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홍어는 옛날 흑산도 부근에서 많이 잡혔는데, 그것을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삭혀진 것이다. 흑산도 사람들은 원래 삭힌 것을 거의 먹지 않고 잡은 것을 회로 먹거나 찜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에 흑산도에 가서 원조 홍어의 맛을 봤다. 흑산도 이야기는 다음 회에 하겠다.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