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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06 18:28 수정 : 2013.03.06 18:28

따루 제공

[매거진 esc] 따루주모의 술타령

올 2월 초에 다큐멘터리 촬영차 흑산도에 갔다. 홍어에 한창 열광하고 있던 터라 나에게 정말 ‘드림 컴 트루’였다. 흑산도 겨울 바닷바람이 북극만큼 날카로울 것 같아 ‘방상내피’(방한용 상의 내피. 일명 깔깔이)도 챙겼는데 춥지 않아 기뻤다. 바로 흑산도항에 있는 홍어 전문점으로 고고씽! 사장님은 항아리에 볏짚과 함께 넣어 직접 발효시킨 홍어를 잔뜩 주며, 홍어는 8㎏ 이상 나가는 ‘암치 1번’이 최고봉이라 말했다. 고구마막걸리를 같이 먹자 금방 취기가 돌았다. 이렇게 깊은 맛이 있다니! 역시 흑산도 홍어는 무언가 다르구나!

홍어는 먹이가 풍부한 흑산도 부근에서 겨울을 보내고 산란하기에 살이 꽉 차고 육질이 부드럽단다. 사장님의 설명을 듣자 더 애정이 갔다. 그날 애국에 홀딱 반했다. 삭힌 홍어 내장으로 끓인 이 국을 한술만 먹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머리가 맑아진다.

그다음 날도 홍어잔치는 이어졌다. 사리마을 이장님 댁에 놀러 가니, 싱싱한 홍어 한 마리가 통째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홍어에 바코드가 붙어 있는 신기한 장면도 목격했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무게는 얼마인지, 누가 잡았는지 인터넷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햇살에 반짝 빛나는 애가 너무 맛깔스러워 참지 못하고 조금만 달라고 이장님께 졸랐다. 고소함의 극치였다! 바다의 푸아그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맛은 아주 살짝 텁텁하고, 넘어갈 때는 벨벳보다 더 부드러웠다.

하지만 홍어애를 모르는 이가 더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 성당을 다니는 분들이 가게에 오셨다. 드시면 절대 후회 안 한다고 홍어애를 적극 추천했다. 그분들은 홍어애를 처음 봤다고 말했다. 깜짝 놀랐다. 한국 사람인데 이 좋은 것을 몰랐다고? 싱싱한 홍어애는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두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다. 손님들께는 미안하지만 반 이상이 내 입에서 사라진다.

홍어애를 먹은 다음 동네 어르신들이 마련하신 점심식사에 또 감동했다. 자연산 홍합으로 만든 전, 매콤새콤달콤 톳무침, 잘 익은 시원한 김치, 홍어찜, 싱싱한 홍어회 등. 삭지 않은 홍어회는 처음이었다.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꼬실꼬실한 맛이었다. 흑산도 사람들이 이 회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나는 암모니아 향 가득한 삭힌 홍어가 좋다. 된장의 구수함이 밴 홍어된장찜도 별미였다. 옛날부터 흑산도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이라고 했다. 애국에 밥도 말아 먹었다. 칡과 후박나무가 들어간 막걸리도 한잔! 그리고 이장님께서 직접 담그신 석곡주까지! 이 맛있는 것들을 다 먹고 나니 데굴데굴 굴러다닐 정도가 됐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서울로 가긴 힘들다는 생각에 등산에 나섰다. 이장님이 직접 나무를 잘라 만든 등산로로 쭉 가다 보니 더 많은 섬들이 보였다. 흑산도에는 고불고불한 고갯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촛대바위, 죄수들의 감옥으로 쓰였던 옥섬 등 볼거리가 진짜 많다. 홍어뿐만 아니라 전복, 미역, 회, 톳 등 맛있는 것도 많다.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싶어 돌아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기회만 된다면 진달래꽃이 필 무렵 흑산도에 다시 한번 가고 싶다. 그때는 홍도까지 가봐야지.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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