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15 18:13
수정 : 2013.05.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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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핀란드 사람들이 늘 먹는 시마와 방울빵. 따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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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매거진] 따루주모의 술타령
많은 한국 사람들은 핀란드가 1년 내내 추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핀란드도 한국처럼 사계절이 있고 제철음식들이 있다. 그렇다면 핀란드의 봄 별미는 뭘까? 맛있는 레시피를 소개하겠다.
한국은 5월이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즐거운 날이 많다. 핀란드의 5월도 마찬가지다. 5월1일은 핀란드의 가장 큰 봄축제 바푸(vappu)다. 중세부터 지내왔던 봄을 맞이하는 축제고, 대학생들의 축제이기도 하며, 노동절이기도 하다. 특히 축제 전날 밤에 대학생들은 학과의 오버롤(상하가 하나로 이어진 작업복)을 입고 길에서 술을 많이 마신다. 핀란드에서는 대학생들이 같이 오버롤을 맞춰서 주문한다. 오버롤은 요긴하다. 술에 취해 땅에 아무리 굴러도 쉽게 더러워지지 않고, 더러워진 것도 눈에 잘 안 띈다. 편해서 입는 옷이다. 그날은 다른 날보다 술 판매량이 3배나 증가한다.
5월1일 아침에는 비가 오든 말든 온 국민이 고등학교 졸업 모자를 쓰고 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그날 핀란드를 방문하는 외국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신기해한다.
핀란드식 봄소풍의 핵심은 시마(sima)라는 음료인데,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한다. 재료는 간단하다. 물 8ℓ, 흑설탕 500g, 설탕 500g, 레몬 2~3개, 이스트 약간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설탕과 흑설탕을 큰 양동이에 담은 다음 그 위에 끓는 물 1ℓ를 붓고 설탕이 녹도록 잘 저어준다. 잘 씻은 레몬 껍질을 양동이에 넣는다. 레몬도 짜준다. 나머지 물을 붓는다. 마지막으로 이스트를 추가한다.(건이스트를 사용하는 경우 그냥 바로 양동이에 뿌려서 저으면 된다.) 양동이를 랩으로 씌운 다음 이틀 정도 발효가 되도록 놓아둔다. 이틀 뒤에 시마를 살균된 병에 담는다. 발효를 돕기 위해 병에 설탕 1작은술과 건포도 몇 알을 미리 넣는다. 시마를 1주일쯤 실온이나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건포도가 병 주둥이 부근에 뜨면 시마가 다 된 것이다. 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알코올이 1% 미만이다. 맛은 달콤하면서도 상큼하다. 살짝 톡 쏘는 맛도 있다. 유통기간이 1주일 정도인데 발효가 너무 많이 되면 막걸리 맛이 약간 난다.
시마와 같이 먹어야 할 음식들은 정해져 있다. 우선 호밀빵에 얹은 짭조름한 청어절임이 그중 하나다. 청어는 핀란드식 해장음식이다. 그다음에 집에서 만든 도넛과 1700년대부터 먹어왔던 ‘방울빵’(tippaleipa)도 빼놓을 수 없다. 집에서 만든다는 것이 포인트. 방울빵은 달걀, 밀가루, 우유, 이스트와 설탕을 섞어 만든 반죽을 봉지에 넣은 다음 살짝 구멍을 내 가늘게 뽑아 동그란 틀에 조금씩 부어 가며 익히면 된다. 방울빵이 갈색을 띠면 다 된 것이다. 빵을 식혀서 가루설탕을 묻혀서 시마와 같이 먹는다.
나는 사실 지금 잠깐 핀란드에 와 있다. 며칠 동안만 우리 어머니가 만드신 핀란드 봄 음식을 먹으러 왔다. 역시 어머니의 손맛은 최고다.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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