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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9 19:55 수정 : 2013.06.20 16:01

한겨레 자료사진

[esc 매거진] 따루주모의 술타령

술에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면 과연 어떨까? 얼마 전에 ‘만취금지특별법’을 주제로 토론회를 펼친 케이블방송 ‘쿨까당’에 출연했다. 잦은 만취로 전봇대와의 씨름, 부풀어 오르는 술배, 간경화, 주사로 인한 각가지 문제 등이 발생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취하고 싶은데 국가가 왜 간섭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서민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사실 술이 없었으면 나는 아마 한국에서 친구를 한 명도 못 사귀고 지금까지 못 살았을 것이다. 나 같은 트리플 에이(A)형은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술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슬픈 현실이다. 나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주사도 없고, 얼굴도 안 빨개지기 때문에 주당, 술고래, 주신이라는 명성(?)이 있다. 하지만 많이 마시는 것과 잘 마시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운전면허증처럼 만취자격증이 있으면 어떨까?

물론 그 조건에 대해서 꼼꼼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에서는 만취자에게는 마트나 술집에서 술을 못 팔게 되어 있다. 누가 만취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하기가 애매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말이 꼬이거나 비틀거리면 술을 살 수 없다. 내가 볼 때는 ‘갈지자로 걷는 것 금지’ 같은 것을 만취자격증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까다로운 조건이다. 비틀거리는 정도는 타인에게 피해를 안 줄 거 같다. 집에 스스로 잘 찾아갈 듯하다.

대신 내 생각에 만취자격증 취득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넣으면 어떨까 한다. 주사 전과가 있는 것, 길에 대자로 누워서 경찰이 잡아간 경력이 있거나 술에 취했을 때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 등. 또한 술에 취했을 때 습관적으로 우는 사람이나 친구 신발에 구토하는 사람에게도 자격증을 주면 곤란할 것 같다. 술에 취해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만취자격증을 딸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만취자격증 시험 진행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험장에서 소맥(소주와 맥주 섞은 술) 열 잔을 먹이고 행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될까? 그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면 지인 두 명이 보증을 서는 방식은 어떨까? “이 친구는 주사가 없습니다”라고 증인을 서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자격증을 딴 뒤에도 자격 조건 위반 때 처벌하는 제도가 필요하겠다. 한 번 위반하면 경고, 두 번 위반하면 술 매너 점수의 ½ 감점과 100일간의 면허 정지, 세 번 위반하면 면허 취소 처분을 받으면 될 것 같다. 심각하게 이리저리 궁리하는 내 모양이 좀 우습긴 하다. 이렇게 하면 건전한 술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농담 삼아 읊어봤다.

핀란드에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다. ‘바이나 온 바이사스텐 주오마’(Viina on viisasten juoma). 즉 술은 지혜가 있는 사람만 마시는 것이다. 자기 한계를 알고 술을 즐긴다면 약이 되고, 지나친 음주는 독이 된다는 말이다. 오늘날에도 맞는 말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나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핀란드인들도 술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처럼 여러 가지 사건이 많이 벌어진다. 그 대응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이 내용은 다음 회로.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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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esc : 따루주모의 술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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