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10 19:56
수정 : 2013.07.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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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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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매거진] 따루주모의 술타령
한국에 처음 와서 깜짝 놀랐던 것은 술을 24시간 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술을 그렇게 쉽게 구입하고 섭취할 수 있는데도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생각보다 적어 보이는 점이었다. 핀란드에 가면, 특히 대도시에서는 술에 취한 알코올중독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월요일 아침의 헬싱키 지하도에는 오줌 냄새가 숨을 못 쉴 정도로 끔찍하다.
알코올로 인한 건강 문제, 범죄 등의 사회적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핀란드의 주류정책은 한국과 정반대다. 우선 마트나 슈퍼의 주류 판매시간과 항목이 한정되어 있다. 알코올 4.7% 미만인 술만 팔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주로 맥주와 알코올이 들어 있는 사이다 종류다. 판매시간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다. 밤 9시 넘어서 한잔하려면 술집에 가서 마시는 방법밖에 없다. 또한 일요일마다 휴무를 하는 가게들이 많아서 휴일 음주는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는 유럽의 모든 술집들은 문을 일찍 닫는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그렇지 않다. 새벽 4시까지 하는 술집도 있다.
맥주보다 도수가 센 와인, 보드카 등은 ‘알코’(Alko)라는 주류 독점판매점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옛날에는 약국처럼 카운터가 있었고, 선반에 올려진 병들 중에서 원하는 것을 판매원에게 부탁해 사는 제도였다. 요즘은 백화점처럼 변해서 어떤 술이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 등 추천도 받는다. 그런데 평일은 저녁 8시,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 안 하면 주말이 재미없어질 수 있다. 만취한 자에게는 술을 팔지도 않고 신분증 검사도 꼼꼼하게 한다. 나도 지난번에 핀란드에 갔을 때 와인 한 병 사려니깐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당황했다. 아니 나이 서른일곱에 스무살처럼 보인다는 이야기인가?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예전에는 25살이었던 기준이 얼마 전부터 30살보다 어려 보이면 무조건 신분증 검사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신분증 검사를 거의 안 하는 것 같아 신기하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다른 점은 술의 가격이다. 핀란드에서는 주세가 굉장히 높은데 맥주 같은 경우에는 60~80%다. 소주와 비슷한 도수의 술 한 병을 사려면 최소한 2만원이 든다. 술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배 타면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에스토니아에서 술을 반값으로 사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주세가 인하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주세를 3분의 1 대폭 인하했는데 알코올 관련 사망 등 부작용이 눈에 띄게 급증해서 금방 다시 올렸다.
또 한 가지 다른 게, 핀란드에서는 만취해서 길에 누워 있으면 경찰이 와서 유치장으로 데리고 간다. 술을 깨라는 의미에서 아침까지 풀어주지 않는다. 내가 볼 때는 핀란드 인구가 적어서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 똑같이 한다면 경찰서를 지금보다 10배 더 많이 지어야 할 것 같다.
술을 마시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술을 마시는 장소와 관련해 한국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핀란드는 한때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했는데, 날씨 좋으면 야외파티를 즐긴다는 것이 워낙 오래된 문화라 경찰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공원에서 술을 마셔도 되지만 소란스럽게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경찰이 잡아간다.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난장을 정말 좋아한다. 단 두 가지 원칙을 무조건 지킨다. 첫째, 이웃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만큼 큰 소리로 이야기하지 말 것, 둘째, 모든 쓰레기를 깨끗이 치울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한다면 약간의 야외파티도 괜찮지 않을까?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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