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31 19:39
수정 : 2013.08.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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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미넨 따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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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매거진] 따루주모의 술타령
나는 엄마랑 일주일에도 여러 번 전화통화를 한다. 요즘은 무료 화상통화가 잘돼서 멀리 떨어져 계신 부모님과 얼굴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정말 좋다. 그런데 이맘때쯤 되면 통화하는 것이 약간 괴로워진다. 전화할 때마다 엄마가 갓 딴 블루베리로 블루베리파이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파이는 이름만 들어도 바로 군침이 돌아서 먹고 싶어진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리파이와 차원이 다르다. 크기가 오븐만큼 넓다. 이스트로 발효시킨 도(밀가루 반죽)에 야생 블루베리를 얹어 먹는 별미다.
한국은 과일이 정말 맛있는 나라지만 핀란드도 베리라면 지지 않는다. 베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6월에는 딸기, 7~8월에는 산딸기, 클라우드베리, 블루베리, 레드와 블랙 커런트, 9월에는 링언베리(Lingonberry)와 시 벅손 베리(sea buckthorn berry), 10월에는 크랜베리가 뒤를 잇는다. 딸기와 블루베리 빼고는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일 것이다. 여름철에는 특히 딸기와 블루베리를 먹어야지 여름 느낌이 난다. 베리는 직접 따먹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야생 베리다. 우리 집도 문만 열면 숲인데 여름휴가 때 베리를 따느라 바쁜 주부들이 많다. 1년 동안 먹을 베리를 따서 냉동도 시키고 주스도 만들고 잼도 끓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더울 때 냉면을 먹는데 핀란드에서는 블루베리를 으깨서 설탕과 한국의 미숫가루와 비슷한 가루와 적당히 비벼 먹는다. 거기에다 발효시킨 신 우유를 같이 섞으면 더욱더 시원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간식 중의 하나다. 한국에서도 블루베리를 사서 미숫가루랑 섞어 봤는데 역시 그 맛이 안 났다. 한국에서 파는 블루베리는 핀란드 것과 달라서 그런 것 같았다. 핀란드 블루베리는 아주 진한 보라색을 지닌 작고 새콤달콤한 열매다. 옷에 묻으면 고추장처럼 잘 안 지워진다. 한국에서 파는 양식 블루베리는 색이 좀 하얗고 맛이 조금 밋밋한 것 같다. 그러나 한국에는 오디가 있다. 철은 벌써 지났지만 6월에 오디를 10㎏ 주문해서 냉동해 보관하고 있다. 조금씩 녹여서 먹으면 립스틱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색도 맛도 진하다.
그리고 한국에는 시원한 팥빙수가 있어서 정말 좋다. 얼마 전에 친구가 맛있는 블루베리빙수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우선 생과는 비싸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냉동 블루베리를 얼음과 같이 갈아서 우유를 넣었다. 그 위에다 과일, 떡과 블루베리 생과를 뿌리면 완성된다.
주모답게 시원한 막걸리-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후텁지근한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블루베리 특유의 새콤한 맛과 막걸리가 선사하는 시큼하면서도 시원한 풍미가 참 좋다.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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