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16 20:33
수정 : 2013.10.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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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미넨 따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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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매거진] 따루주모의 술타령
우리 가게 손님들 중에는 좋은 분이 엄청 많다. 한국에 여행 올 때마다 방문하시는 핀란드 아저씨, 생골뱅이무침을 사랑하는 은행지점장, 메뉴를 보지도 않고 그날 좋은 것으로 달라고 하는 애주가 등. 그 많은 손님들 중에도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손님이 한명 있다.
그 손님을 언제 처음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략 2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여러 분야의 문학인들이 가끔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데 그분들 중 한명이다. 유난히 체크무늬의 셔츠를 좋아하는 분이었다. 그 셔츠 덕분인지 금방 낯이 익었고 오실 때마다 잘 기억해냈다. 사실 나는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사람을 제대로 기억 못할 때도 많은데 그분만은 무언가 특별했다. 알고 보니 유명한 시인 겸 소설가였다.
단골손님들은 보통 마시는 술과 안주가 정해져 있는데 그분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막걸리보다 맥주를 좋아하시고 맥주에다 항상 대구내장탕을 드신다. 그분의 성함을 알기 전까지는 직원들 사이에 ‘내장탕 손님’으로 불릴 정도로 내장탕 사랑이 대단한 분이었다. 내장탕이 차림표에 있는 날도 있고 없는 날도 있는데, 없는 날에 오시면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다. “아이고,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오늘 내장을 못 구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겨운 목소리로 다른 탕을 칼칼하게 끓여달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칼칼하게’다.
음식을 드시다가 분위기가 좋아지면 꼭 듣고 싶은 노래가 두 곡 있다면서 부탁하셨다. 바로 이은하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과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C.R)의 ‘해브 유 에버 신 더 레인’(Have you ever seen the rain)이다. 그분이 이 곡들의 후렴구 부분을 신나게 불러야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반면에 노래를 틀어주었는데 반응이 없으면 걱정이 된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이신가? 안주가 맛없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한번은 그분이 노래를 부르시는데, 다른 손님이 나를 불러서 조용히 해달라고 하면 안 되냐고 부탁했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단골손님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같이 부르시는 게 어떨까요?”
그런데 재미있게 놀다가 가면 꼭 그다음 날에 오셔서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럴 필요 전혀 없는데 말이다. 요즘 나도 알게 모르게 ‘나는 너를 사랑하네/ 아직도 너 하나만을’ 따라 부르고 있다. 얼마 전에 시집을 내서 나한테 한권 주셨다.
생선과 노래를 좋아하는 그분을 보면 핀란드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곤 한다. 우리 아빠도 생선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언제 한번 두분이 만나면 최고의 콘서트가 될 것 같다. 날씨가 조금만 더 쌀쌀해지면 대구의 내장이 더 맛있어지니까 그때 맛있게 많이 끓여드리리라!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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