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27 20:25
수정 : 2013.11.28 10:07
|
사진 살미넨 따루 제공
|
[매거진 esc] 따루주모의 술타령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내 머리속에 온통 한가지 생각뿐이다. 과메기철이 돌아왔다! 얼마 전에 방송 촬영 삼아 경북 포항시 구룡포에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는데 올겨울의 첫 과메기를 먹을 행운을 얻었다. 처음으로 과메기를 팔기 시작했다던 식당에서 박승호 포항시장님과 과메기에다 포항막걸리를 실컷 먹었다. 역시 그해 첫 과메기는 첫 키스보다 더 달콤했다. 과메기 사업을 하는 젊은 사장님에게서 구룡포의 과메기가 왜 유명한지를 들었다. 구룡포의 지리적 특징이 그 비결이었다. 눅눅한 바닷바람이 호미곶을 넘으면서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기 때문에 구룡포에 부는 바람은 습기가 너무 많은 것도 아니고, 너무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다고 한다.
과메기는 옛날부터 내가 좋아했던 별미다. 하지만 포항에서 더 깜짝 놀랄 만한 것들을 만났다. 포항의 죽도시장에서 해산물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어마어마한 크기의 물고기가 배가 갈라진 채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고래일까? 알고 보니 고래가 아니라 개복치라는 물고기였다.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알고 보니 개복치는 복어목에 속하는 입과 눈이 작고 몸통이 약 4m나 되는 바닷물고기다.
개복치의 창자를 씻고 있는 시장의 한 아주머니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더니 개복치는 쫄깃쫄깃한 부위도 있고, 오도독오도독한 부위도 있고, 회로 먹기도 하고 삶아서 먹기도 한다고 했다. 창자 부분과 투명한 젤리처럼 생긴 뱃살은 회무침으로, 껍질과 피하지방은 수육으로 먹는단다. 네모나게 잘라놓은 살덩어리들을 보니 하얀 비누 같았다. 아주머니는 작업을 마치고 맛을 보라고 삶은 고기를 갖다 주었다. 껍질 바로 밑에 있는 부위였는데 콜라겐 덩어리라고 했다. 아무 향도 없고 특별한 맛도 거의 안 났는데 초장에 찍어먹으니 엄청 맛있었다. 그런데 개복치는 정말 귀엽게 생겨서 맛있게 먹으면서도 조금 미안했다.
개복치가 끝이 아니었다. 구룡포 쪽에 모리국수라는 음식이 있다고 들어서 달려갔는데 ‘모리’는 머리의 방언인가 싶었다. 생선 대가리를 넣어서 끓인 국수인 줄 알았다. 커다란 양은냄비에 아귀, 홍합, 미더덕 등 해산물과 콩나물이 듬뿍 들어 있었는데 맛은 칼칼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해물칼국수였다. 막걸리를 부르는 맛이었다. 혹시 생선 내장이 들어간 것은 아닌가 하고 주인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어떻게 외국 사람이 내장 맛을 알 수 있냐며 놀랐다. 내장은 귀신같이 안다. 그런데 모리국수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고 싶어도 먹지를 못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또다시 느낀 것이 있다. 역시 여행이란 멋진 경치도 중요하지만 결국 머릿속에 남는 것은 그 곳의 향기, 맛과 막걸리다. 이 모든 음식은 얼큰한 막걸리의 맛을 더 빛나게 만드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살미넨 따루 제공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