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15 20:13
수정 : 2014.01.16 10:39
[매거진 esc] 따루주모의 술타령
요즘 같은 추운 날에는 따뜻한 김이 나오는 길가 노점들을 그냥 지나가기가 어렵다. 뜨끈뜨끈한 계란빵을 잡는 순간 추위에 언 손이 녹으며 속까지 따뜻해진다. 말 그대로 천원의 행복이다. 핀란드에는 길거리 음식이 새벽녘 클럽에서 집에 가는 길에 파는 핫도그밖에 없어서 아쉽다.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정말 많은 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나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저렴하면서도 맛깔나는 길거리의 유혹에 빠졌다.
요즘 한국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안다. 내 생각에 비빔밥이나 불고기도 좋지만 길거리 음식도 빠져서는 안 된다. 내가 만약에 핀란드에 돌아간다면 붕어빵 장사부터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간식이기도 하지만 붕어빵을 싫어하는 외국인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 모양은 물고긴데 생선이 안 들어 있어서 놀라긴 했지만 달콤한 팥 앙금이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붕어빵 소는 얼마든지 현지화할 수 있어서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 단, 핀란드 사람한테 어두일미를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떡볶이, 튀김, 호떡, 어묵이나 순대도 수많은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순대를 못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은 나라에 순대 같은 음식이 있다. 핀란드에도 ‘무스타마카라’라고 돼지 피로 만든 소시지가 있다. 핀란드식 순대에는 당면 대신 보리를 넣고 시큼한 린곤베리잼을 곁들여서 먹는다. 간 요리도 많다. 하지만 그냥 삶아서 소금이나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는 한국 스타일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허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순대를 먹을 때마다 간과 허파를 많이 달라고 한다. 나의 먼 꿈은 핀란드에 가서 따루주막 2호점을 내는 것인데 순대와 붕어빵뿐만 아니라 파전과 고추튀김도 메뉴판에 꼭 넣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홍어간은 조금 어려울 수 있어서 그냥 생선구이만 할 생각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다. 두부김치도 하고 싶은데 핀란드에는 맛있는 두부가 없는 게 안타깝다. 만드는 법을 배우든가 포기하든가 둘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무조건 원조 한식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핀란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한식이 무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내가 핀란드를 떠난 지 오래되어 핀란드인의 입맛보다 한국 사람의 입맛에 가깝다는 게 함정! 핀란드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안주를 안 먹기 때문에 술집보다 식당 개념으로 할 생각이다. 물론 막걸리 메뉴판도 따로 만들 것이다. 막걸리를 도수가 낮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취하고 건강에도 좋은 건강주로 마케팅하면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마 핀란드 내 식당에 있는 막걸리의 3분의 1은 내가 다 마실 것 같다.
술타령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이제 다음 필자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가 된 것 같다. 술타령을 통해 만난 재미있고 뜻깊은 인연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한국의 전통주를 많이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건배 한번 하련다. 막걸리가 최고의 술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위하여! <끝>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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