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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30 20:13 수정 : 2012.11.02 11:13

전건익(가운데) 실장과 특수효과팀에서 같이 일하는 김시완(왼쪽)·정상성씨. 가운데 기계는 바람을 일으키는 강풍기다.

19년째 국내영화 도맡아 처리
위험하지 않냐고요?
그림 죽인다는 칭찬 듣는다면야…
더 근사하게 폭파하고 싶지만
제작비 적어 늘 아쉬워

특수효과의 달인 전건익씨

그가 촬영장에 나타나면 “오늘 뭐 때려 부수나?” “시원하게 한방 날려줘”란 말들이 흘러나온다. “한겨울에도 작업할 땐 장갑을 끼지 못해요.” 위험천만한 폭약을 섬세하게 다뤄야 해서다. 현재 430여만명을 모은 코믹사극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선 15m까지 물이 치솟는 수중 폭파, 배우 오지호가 무너지는 토굴 속에서 뛰어나오는 폭파 장면들이 나온다. “겨울에 찍었죠. 토굴이 꽁꽁 얼어 곡괭이로 파서 폭약 ‘에멀전’과 흑색화약을 설치하느라 힘들었어요. 토굴이라 폭파음 공명소리로 인해 배우의 고막이 손상될 수 있어 화약 양을 조금 줄였죠.” 자동 발파도 피한다. “배우가 폭파 지점에서 3~4m 벗어나면 안전한데, 뛰다가 넘어질 수 있으니 상황을 보고 폭파 스위치를 직접 누르죠.”

흙먼지 파편들은 공기를 강하게 뿜어내는 기계인 ‘에어포’에 흙을 담은 깔때기를 끼운 뒤 발포해 연출했다. “사람을 다치지 않게 폭파할 수 있다는 게 이 일의 매력이죠.”

정작 그의 팔엔 불에 덴 상처들이 보였다. “한 영화에서 불길 솟는 효과를 만들었는데, 감독님이 ‘불 장면이 좋다’며 ‘컷’을 늦게 외쳤어요. 조명 반사판에 불이 붙어 서둘러 끄다가….”

28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특수효과 전문업체 ‘에이스 이펙트’ 스튜디오에서 만난 전건익(39) 실장은 다이너마이트 등을 설치하는 특수효과 전문가다. “간혹 화약 실험도 하는데, 서울 시내에 있으면 주민들 민원이 들어와서요.”

스튜디오엔 4차선 도로 정도의 폭과 35m 길이까지 비를 뿌리는 살수차, 녹말가루를 흩날려 눈을 표현하는 스노머신, 쉽게 깨지는 모형 맥주병, 푹신한 ‘폼’(foam) 소재로 만든 야구방망이, 가짜 총들이 들어차 있다.

“폭파, 비 오고 눈 내리는 등의 천재지변, 줄을 묶어 나는 와이어 액션, 화살이나 총알에 맞는 장면들까지 특수효과가 담당하죠.”

그는 ‘폴리모’란 화학 가루 뭉치에 물을 적신 뒤 “눈처럼 변하죠?”라더니, “<바람과…>에서 눈 쌓인 장면들도 이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영화 <도가니>에서 ‘고라니’에 줄을 묶어 차와 부딪히는 장면을 연출한 것까지도 특수효과팀의 몫이었다. 그는 옆에 있던 팀 동료 가슴에 화살을 꽂았다. 기자가 순간 “어?” 놀라자, “합판이 들어간 보호대 조끼를 입고 있는 건데, 화살촉의 길이가 합판 두께보다 짧아 괜찮다”며 웃었다. 총알을 맞는 장면에선 배우들이 화약과 피와 비슷한 액체가 든 ‘피탄 주머니’를 옷 안에 넣는다. “화약이 터지면 몸을 툭툭 건드리는 정도인데,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피탄 주머니 안의 쿠션을 조금 빼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화약·폭약 사용 제한이 심해 외국 영화처럼 다양한 화약을 사용할 수 없고, 건설현장에서 쓰는 다이너마이트, 티엔티(TNT) 등의 폭약 양을 조절해 폭파 효과를 내는 고충이 있다”고 했다. 촬영장 관할 경찰서에 ‘화약류 사용 허가신청서’도 미리 낸다. “촬영장에선 철조망을 두른 컨테이너에 폭약을 넣어 무기고처럼 보관하기도 한다”고 했다. 팀 동료 중엔 화약류 관리 기사 자격증을 가진 이도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수중폭파 장면. 솟구치는 모양의 물기둥을 만들기 위해 수면에 가깝게 폭약을 설치했다.
배우 옷 안에 넣은 뒤 전선을 연결해 리모컨으로 누르면 화약이 터지며 피가 흐르게 하는 ‘피탄 주머니’.

“배우에게 폭약과 파편 낙하 위치를 알려주는데, 우리 말만 믿고 움직이면 안전해요. 그런데 사극을 찍을 때 의욕이 넘친 엑스트라 한 분이 스턴트맨들을 제치고 먼저 달려가다 다친 경우도 있었죠.”

액션배우를 꿈꾸던 그는 해병대 복무 중 부대에서 촬영하던 영화의 특수효과를 잠시 돕다가 이 일에 매료돼 19년째 하고 있다. 6~7개 업체가 국내 영화 특수효과를 대부분 맡는다. 그는 팀 동료인 김시완·정상성 실장과 함께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추격자> <헬로고스트> <조선명탐정>,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뮤지컬 <영웅> <조로> 등에 참여했다.

“특수효과는 자던 관객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죠. 밋밋한 장면에 화려한 볼거리와 활기를 심잖아요. 촬영장에서 ‘위험하지 않겠어?’라고들 했다가, ‘그림 죽이는데’란 말을 해주면 기분이 좋죠.”

하지만 그는 “더 근사하게 폭파하고 싶어도, 특수효과에 할당된 제작비가 적은 것이 늘 아쉽다”고 한다. “뭔가 폭파해야 하니까 특수효과팀은 현장에서 대기하다 드라마 전개 부분을 다 찍고 마지막에야 투입되니까, 시간에 쫓겨 작업할 때도 많다”고 했다. 특히 그는 스태프에 대한 임금 대우가 좋지 않아, “같이 일하던 막내 스태프가 촬영장에서 말도 없이 야반도주한 적도 있었고, 막내 급을 구하기도 힘들어 후배 양성도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왠지 그는 열악하고 위태로운 영화환경 위에 서서, 가장 안전하게 폭약을 터뜨리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광주(경기도)/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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