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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특수분장을 해온 윤황직씨가 11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작업실에서 <공모자들> <이웃사람>에 등장했던 주검 모형 ‘더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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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크레디트 세 줄 밑] 특수분장 전문 윤황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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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시체’가 주렁주렁
모형이지만 핏줄까지 생생해
해부학 책·수술영상 보며 공부
‘공모자들’ 등 영화 30편 참여
“제 작품이 피노키오처럼 된다면” 작업실에 들어서자,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젊은 여성이 전라의 몸으로 천장에서 기자를 내려다 보았다. 피 묻은 다리와 손들이 고기 덩어리들마냥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가슴이 난도질 당하고, 두 팔이 잘린 몸통도 벽에 걸려 있다. 피부 구멍, 검버섯, 수염을 깎은 직후의 푸르스름한 피부색까지 생생히 표현돼 있다. ‘더미’(Dummy)라 불리는 모형 인형들이라지만, 눈이라도 뜨고 노려볼 듯해 기자는 순간 멈칫했다. 윤황직(33) 실장은 웃음을 지었다. “저야, 공포를 느끼지 않죠. 진짜처럼 보이면 기분이 더 좋고요. 피와 상처가 잘 표현되면 징그러운 게 아니라 예쁘게 보이고, ‘아~멋있다’란 생각이 들죠.” 이 건물을 청소하는 할머니도 모형 시체가 즐비한 이곳을 이젠 “아무렇지 않게 드나든다”며 웃었다. 배우들 중엔 “자기와 똑같이 생긴 모형 인형을 보지 않으려는 분도 있다”고 했다. 피부와 질감이 비슷한 실리콘으로 만든 “3차원 입체의 자신과 마주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11일 저녁 서울 시내 작업실에서 영화 특수분장 업체 ‘제페토’를 운영하는 윤 실장을 만났다. 물엿과 식용색소를 섞어 만든 피로 범벅이 된 얼굴, 실리콘을 덧대 퉁퉁 부운 눈처럼 보이게 하는 분장에서부터, 시체나 몸에 칼을 대는 장면에 쓰이는 가짜 모형을 만드는 것까지 특수분장이 맡는다. 그는 물컹한 주먹 하나를 가리켰다. “진짜 주먹으로 치면 위험하니까, 가짜 주먹 끝에 달린 쇠 고리를 잡고 때릴 수 있게 만든 거죠.” 그는 최근 동반 흥행 중인 범죄스릴러 <공모자들> <이웃사람>에 특수분장 스태프로 참여했다. 납치돼 사우나실에서 장기가 적출 당하는 여성(정지윤)의 몸은 진짜인 듯 감쪽같지만, 배우의 몸에서 직접 본을 뜬 실리콘 재질의 모형이다. “가발과 눈썹들을 붙이고, 실리콘은 반투명이니까 사람 피부처럼 (분장으로) 색깔을 넣어” 완성했다. “3주간 제작했다”고 한다. 극중 오달수씨의 목에서 피가 쏟아지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피가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관을 목 주변에 두르고 그 위에 인조 피부를 덧댔는데, 목이 두껍게 보이지 않으면서 피가 적절한 순간에 뿜어 나오게 해야 했기”때문이다. 주인공 임창정한테 맞아 동공에 핏기가 서린 최다니엘의 눈엔 실핏줄이 터진 효과를 내는 렌즈를 넣었다. 임창정이 차에 매달렸다가 굴러 떨어지는 장면에선 체형이 비슷한 모형 인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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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람>에서 살인범한테 살해당한 경비 아저씨의 모형 손. 주름과 핏줄까지 생생하게 표현됐다.(위), <공모자들>에서 임창정이 차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위해, 배우와 체형만 비슷하게 만든 모형 인형.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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