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18 20:18
수정 : 2012.09.19 08:55
조영삼 한신대 교수 조사
참여정부 5년 68만건 생산
이명박정부 3년 9만건뿐
지난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졌을 때, 권력기관이 민간인을 무차별 사찰했다는 사실과 함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던 또 하나의 사실은 사찰 증거가 되는 전자기록을 다시 복구할 수 없도록 폐기했던 일이다. 국가는 국가가 수행하는 공공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모든 공공행위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국가기록 관리가 오히려 이전보다 퇴행했으며, 이는 다음 정부에서 꼭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역사비평> 100호에 실린 ‘전환기의 역사정책’ 시리즈에서 조영삼 한신대 교수는 ‘국가기록관리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이란 논문을 통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짚었다. 조 교수가 제시한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과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의 기록생산 현황을 정리한 내용을 보면, 국가기록관리가 퇴행해온 추세가 정량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참여정부가 2003~2008년 종이기록 21만7895건을 생산했던 반면, 이명박 정부는 2008~2010년 6342건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전자문서 역시 같은 기간 참여정부가 47만9376건을 생산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8만4205건을 생산했다.
조 교수는 “전자문서의 생산수량으로 볼 때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은 업무관리 시스템을 통해 정책관련 기록을 만들어 보고하는 체계가 아닐 것”이라며 “그렇다고 종이기록으로 남긴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종이기록이 민정수석실·사회통합수석실·총무기획관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접수한 민원기록이거나 서무행정 기록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인수 과정에서부터 전 정권의 기록물 접근을 문제 삼고 정쟁화하는 등 기록물 관리를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또 위원회 정비라는 명목으로 총리 소속이던 국가기록관리위원회를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바꾸는 등 위상을 낮추고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를 폐지했으며, 기록관리를 행정규제로 인식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조 교수는 이런 근거들을 들어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기록 관리가 총체적으로 퇴행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국가기록 관리는 그동안 가장 뒤떨어진 분야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었다.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은 1999년 들어서야 비로소 제정됐을 정도다. 그나마 참여정부 때 ‘국가기록관리 혁신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대대적인 혁신이 시작됐는데, 이명박 정부가 이런 흐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수는 국가기록 관리의 정상화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로 국가기록관리 통할기관의 위상을 높이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국가기록관리를 통할하는 기관인 국가기록원을 청 또는 처로 승격하는 방안과 국가기록관리위원회와 같은 행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지방정부에도 기록관리기관을 설립·운영하게 하고, 기록물을 남기고 보존하는 문화를 대대적으로 확산시켜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록의 공개와 활용의 확대를 위해 정보공개뿐 아니라 폭넓은 열람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