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2 20:24
수정 : 2012.12.13 09:46
나는 투표한다
② 소설가 김연수
어떤 사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철탑 위를 올라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들도 정상인처럼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휠체어를 끌고 거리로 나섭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서 학업을 중단하는 젊은이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행을 각오하고 시위를 벌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이처럼 힘듭니다.
현실은 너희가 꿈꾸는 것처럼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현실 앞에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철탑 위로 올라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우리 대부분은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바위 앞의 계란이랄까요.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투표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셨나요? 그게 꿈꾸는 세상으로 다가가는 방법의, 거의 전부라는 사실을!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이 철탑 위로 올라갈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투표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투표하면 조금이나마 이 세상이 바뀐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는 없지만, 투표하면 당장 내년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뀝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지난날 어떤 사람들이 꿈꾸던 바로 그곳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꾸는 꿈도 미래의 누군가가 사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투표는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가장 쉽고,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투표하면 바뀝니다.
김연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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