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6 18:02
수정 : 2013.02.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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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 토 칵테일을 마신 남성이 발가락을 입에 물고 있다. 이동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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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동미의 머쓱한 여행
캐나다 여행을 여러번 하는 동안 만난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 흥미로운 먹을거리 중 하나가 비버테일(beaver tail)이다. 비버는 수달과 비슷한 동물로 하천이나 늪에 집을 짓고 산다. 북미에서는 꽤 친근한 동물이다.
“뭐 비버의 꼬리를 먹는다고? 이거 동물 학대 아냐? 너무 야만적이잖아!” 오타와 출장 중 같이 간 한 여성이 기겁을 하고 소리쳤고, 가이드는 웃었다. 왜냐하면 정말 비버의 꼬리로 만든 음식이 아니라, 비버의 꼬리를 닮은 달콤한 간식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설탕이 듬뿍 뿌려진 넓적한 도넛 위에 바나나나 초콜릿 토핑을 올리거나 레몬을 뿌려 먹는 길거리 음식이다. 캐나다 전역에 걸쳐 사랑받는 길거리 간식으로, 생김새가 비버의 넓적한 꼬리와 닮아 붙은 이름이다.
나는 캐나다에서 정말이지 기겁할 만한 음식을 만난 적이 있다. 그건 사람의 엄지발가락이 들어 있는 칵테일이었다. 이름하여 ‘사워 토 칵테일’(Sour Toe Cocktail). 진짜 사람 발가락이 들어 있냐고? 그래, 진짜 들어 있다! 이 술은 유콘주에 있는 도슨시티에서 명물로 통하는 칵테일이다.
사연은 이렇다. 유콘에 살던 루이와 오토 형제는 밀주업자로 미국으로 럼을 몰래 내다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번은 60마일이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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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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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길을 돌아오다가 루이 발가락이 동상에 걸려 결국 절단을 해야만 했다. 루이는 잘린 엄지발가락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자신이 갖고 있던 럼주 병에 넣어 도시로 돌아왔다. 몇년 뒤 캡틴 딕이라는 사람이 루이 형제의 술 창고에서 발가락이 들어 있는 럼주를 발견하게 된다. 캡틴 딕과 친구들은 이 발가락 럼주를 마시는 내기를 시작했고, 도슨시티에 있는 엘도라도 호텔에선 이 술을 받아, 아니 발가락을 받아 술에 넣어 1973년부터 판매하게 된다.(세상에!) 이 사워 토 칵테일은 겨울이 길고, 마땅히 할 일도 별로 없는 작은 마을에서 단연 화제가 됐고, 이 술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이 술을 마시다가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바람에 이 발가락을 삼켜버리게 되었단다. 이렇게 사워 토 칵테일의 역사는 끝나는 듯하였지만, 동상에 걸려 발가락을 자른 또다른 사람이 자신의 엄지발가락을 호텔에 기증하면서 사워 토 칵테일은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술을 마실 땐 한가지 규칙이 있다. 다 마신 뒤에는 반드시 발가락이 입술에 닿아야 한다. 나는 에드먼턴의 한 행사장에서 이 술을 만났다. 각국에서 온 기자들이 이 술을 마시려고 길게 줄을 섰다. 알코올 안에서 오래 숙성(?)된 엄지발가락은 쪼글쪼글하고 검게 퇴색돼 있었지만, 모양만은 고대의 미라처럼 그대로였다. 아, 그 생생한 발가락 모양새. 사워 토 칵테일을 규칙대로 다 마신 사람에게는 그 자리에서 증명서도 발급해 준다.
성공했냐고? 아니, 못했다. 이 술을 만들어주는 나이 지긋한 캡틴은 술잔에 보드카를 붓고 이 쪼글쪼글한 엄지발가락을 넣어 건넨다. 한 사람이 규칙대로 다 마시고 나면 컵에 덩그러니 남은 발가락을 꺼내 휴지에 슥슥 닦은 다음, 다시 컵에 넣고 다른 사람에게 술을 만들어 건넨다. 발가락도 발가락이지만, 내게는 그 황당한 제조 과정이 더욱 적나라하게 다가왔다.
이동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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